만약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의 상관관계가 있다면 롯데는 프로야구의 전설이 됐을 것이다. 최근 3년 연속을 비롯해 롯데는 무려 9차례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우승은 30년 동안 2회가 전부다.
시범경기가 정규시즌과 별 연관성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간격’에 있다. 가령 올 시즌 시범경기만 봐도 3월 17일 시작해 4월 1일 끝난다. 그리고 정규시즌은 4월 7일 개막한다. 이 1주일의 간격이 선수들의 리듬을 바꿔놓는다는 얘기다. 물론 이 사이에도 자체 평가전 등 실전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은 있겠지만 아무래도 부족하다. ‘생각이 있는 팀’이라면 포커스를 시범경기가 아니라 개막전에 맞춰놓는 ‘상식’도 작용한다.
그렇다고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이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도 볼 수 없다. 분위기가 개막전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를 가장 잘 활용한 대표적 팀은 SK였다. SK는 2007년 시범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 여세를 몰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시범경기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 선수단을 장악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반대로 2011년 SK는 시범경기에서 꼴찌로 물러났다. SK는 주력급을 빼 자기 전력을 감추면서 상대를 분석하는 기회로 시범경기를 활용했다. 발톱을 숨겼다가 4월부터 1위로 치고 나갔다.
역대 시범경기 1위가 우승까지 일군 사례는 총 6회(1987년·1993년 해태, 1992년 롯데, 1998년 현대, 2002년 삼성, 2007년 SK) 있었다. 또 시범경기 1위 팀이 4강에 올라간 케이스도 총 18회였다. 반면 시범경기에서 1위를 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적도 11번 있었다. 시범경기 1위가 꼴찌로 몰락한 사례도 2차례(1997년 롯데, 2006년 LG)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