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단독 인터뷰] 50대 투수 제이미 모이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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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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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로키스의 제이미 모이어가 3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 사진=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콜로라도 로키스의 제이미 모이어가 3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 사진=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메이저리그 최고령 투수 ‘제이미 모이어(50세)’가 마운드로 돌아왔다. 모이어는 올해 1월 콜로라도 로키스와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자격으로 계약을 맺고, 다시 빅 리그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 나이로 쉰 한 살인 모이어는 웬만한 코칭스태프보다 나이가 많다. 1986년 데뷔한 모이어는 통산 267승 204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 중이다. 267승은 현역선수 중 최고이며 메이저리그 역대 다승 36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특히 모이어는 40세 이후에만 100승을 달성한 역사상 세 번째 투수이기도 하다.

모이어는 2년 전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9승9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필리스는 시즌 중 재발한 그의 팔꿈치 부상을 이유로 시즌 후 재계약을 포기했다.

모이어의 측근들은 그에게 이제 그만 은퇴하고 새로운 삶을 찾으라고 권유했으나 그는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도미니카로 건너가 그 해 겨울리그에 참가했다. 그러나 또 다시 팔꿈치 부상을 당해 같은 해 12월 ‘토미존’ 수술을 받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예상했지만 모이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수술과 재활로 작년 한 해를 통째로 쉰 모이어는 약 2년 만에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와 아들뻘 되는 선수들과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실제로 모이어의 장남 딜론(20세)은 지난 2010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대학 진학을 선택해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 야구팀에서 유격수로 뛰고 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제이미 모이어가 3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헬멧을 쓰고 코치의 지시를 받고 있다. 사진=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콜로라도 로키스의 제이미 모이어가 3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헬멧을 쓰고 코치의 지시를 받고 있다. 사진=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체인지업을 활용하는 ‘오프스피드 피칭’이 일품인 모이어의 평균 구속은 시속 130km대로 메이저리그에서 직구 구속이 가장 느린 투수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정교한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 타자를 농락하는 수싸움과 노련함으로 오랜 시간 마운드를 지켜왔다. 빅리그 데뷔 후 24년간 매년 평균 10승 이상을 기록하기도.

게다가 야구장 밖에서는 기부와 봉사 등을 실천하며 야구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존경 받는 인물이다. 선행과 기부로 모범이 된 선수에게 주어지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루 게릭 기념상 등을 수상한 것은 당연한 일.

모이어는 지난 3일 팀내 청백전에 등판, 2이닝 동안 3안타 1실점 삼진 1개를 기록했다. 주무기인 컷패스트볼은 단 1개도 던지지 않았다. 모이어는 필라델피아 시절 박찬호에게 컷패스트볼을 전수한 바 있으며, 박찬호는 이 공을 요즘 주무기로 구사하고 있다.

이날 모이어는 총 42개의 공을 던져 27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몸 상태가 100프로 올라오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로키스의 투수코치 아포다카는 “스트라이크 비율도 괜찮았고 공의 움직임도 좋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모이어의 실전 피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언론 최초로 전설적인 투수 모이어를 지난 주말 미국 현지에서 만났다.

빅리그 데뷔 후 흘러간 26년이란 세월은 모이어의 얼굴에 많은 주름을 남겼지만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은 감히 뺏어가지 못했다. 돈과 명예를 모두 얻은 그가 51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왜 야구를 계속하려는지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제이미 모이어가 3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꼬마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콜로라도 로키스의 제이미 모이어가 3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꼬마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다음은 모이어와의 일문일답>

-수술 받은 왼쪽 팔꿈치를 포함해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 아직 100프로는 아니지만 편안하고 좋다. 수술 받은 팔꿈치뿐만 아니라 어깨나 팔 전체의 컨디션도 매우 좋다. (웃으며) 마치, 새것 같다,

-2010년 7월 20일 카디널스를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 후 약 1년 8개월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감회가 새로웠을 텐데 소감을 말해달라.

▲ 너무 오랜만에 등판해서 그런지 처음엔 좀 불편하고 어색했다. 그러나 공 몇 개를 던지고 나니 곧 익숙해졌다. 그날 출전한 3루수와 유격수 모두 20대 초반이다. 아들뻘 되는 선수들과 함께해서 그랬는지 더 즐겁고 유쾌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2이닝 동안 총 42개의 공을 던졌다.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 없었다. 더 던질 수도 있었다. 며칠 전에도 불펜에서 5~60개의 공을 던졌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수술과 재활과정이 힘들었을 것이다. 주위에서 은퇴하라는 권유는 없었나?

▲ 물론 있었다. 내 나이 서른 되던 해 나는 이미 3번의 방출을 경험했고, 당시 장인어른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삶을 찾으라는 권유와 사업제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나는 20년이 지난 아직도 유니폼을 입고 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한 계속 할 것이다.

-유니폼 등번호가 50번이다. 미국나이로 50세까지 야구를 하겠다는 뜻인가?

▲ (웃으며) 그런 건 아니다. 팀에서 준 번호인데 내 나이와 비슷할 뿐 등번호에 담긴 특별한 의미는 없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현역선수로 뛰기엔 나이가 많다. 언제까지 야구를 계속할 것인가?

▲ 언제까지라는 시기를 언급하기보다 지금은 우선 팀을 찾아야 한다.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자격이기 때문에 일반직장으로 치면 비정규 직이다. 먼저 정규직이 되어야 언제까지라는 시기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 해 정규직(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다고 보나?
▲ 그게 내 목표이고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많은 나이와 부상 탓에 기량이 예전만 못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 않나?
▲ 나는 아직 할 수 있다고 내 자신을 믿고 있다. 또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에 야구를 계속 하고 싶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한다. 그들에게 전해줄 메시지가 있다면?
▲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나이를 먹는다고 본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라. 예를 들어, 나이가 들수록 움직이는 걸 귀찮아 하는데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해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 등의 식으로 한 단계씩 점차 올라가는 방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좋다.

-돈과 명예를 다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야구를 계속하려 하는가?

▲ 나는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 빅리그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쟁과 도전을 좋아하고 즐긴다. 단순하지만 그게 바로 내가 야구를 계속하고자 하는 이유다.

-한국에도 당신의 팬이 많다. 그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 나를 좋아하는 팬들이 한국에도 많다니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계속해서 야구를 즐기고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야구는 정말 재미있는 경기이며 우리의 인생과도 비슷하다.

애리조나ㅣ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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