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승부의 세계로 여겨져 왔던 프로야구가 추문 속에서 출렁이고 있다. 승부의 공정성을 지켜 왔던 ‘그라운드의 판관’ 심판위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 현직 1군 심판위원들은 한목소리로 “경기조작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A심판위원은 “초구 볼·스트라이크 조작이 정말 가능한가”라며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설령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심 보는 도중에 그런 걸 의심할 겨를이 없다”고도 했다. B심판위원도 “이 바닥에 소문조차 없었다. 나는 놀랐다기보다는 아직도 반신반의”라고 했다. C심판위원은 “신문에서 보고 알았다”며 “이런 일이 있었다면 주변에서 말이 안 돌았을 수가 없는데…”라며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심판들은 투수가 고의적으로 타자를 노리는 빈볼과 실투는 한눈에 구별한다고 알려져 있다. A심판위원은 “빈볼은 경기 도중 불씨가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어느 순간이 되면 ‘옆구리로 하나 날아오겠구나’하는 느낌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C심판위원도 “빈볼은 흐름으로 읽는다”며 “일부러 초구에 볼을 던진다고 해서 그걸 빈볼처럼 읽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C심판위원은 “이름이 거론되는 선수들만 억울하게 당하는 거 아니냐”며 “지금 당사자의 심경이 어떻겠냐”고 우려했다. B심판위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심판위원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지는 의문이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털어낼 것은 털어내고,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