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Q. 타자석 라인밖에서 타격했을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2월 6일 07시 00분


타자석 라인밖에서 타격했을땐?
타격 전에 라인 벗어났다면 아웃

1982년 9월 14일은 대한민국이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우승한 날이다. 이 경기에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대화는 극적인 결승 3점홈런으로 감동을 선물했다. 그러나 한대화의 홈런보다 더 많이 회자되는 것은 김재박의 개구리번트였다.

8회초까지 0-2로 지고 있던 한국은 8회말에 대역전극을 펼쳤고 그 선봉에 김재박이 있었다. 1사 3루에서 김재박은 ‘폴짝’ 뛰어오르는 개구리같은 자세로 스퀴즈를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야구사에 기억될 만한 명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김재박이 타석을 벗어나 번트를 했기 때문에 반칙이며 아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사진이나 중계화면을 보면 김재박이 점프를 하면서 배트에 공을 맞히는 순간에 오른발 끝이 땅에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규칙에 어긋나는 번트 자세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Q. 1996년 현대의 신인 박재홍(현 SK)은 말 그대로 펄펄 날고 있었다. 신인으로 30-30을 달성하기도 하는 등 공·수·주를 다 갖춘 선수였다. 승승장구하는 박재홍에게 ‘태클’을 건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당시 쌍방울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이었다. 박재홍이 타격을 할 때 왼발이 타자석 라인을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타자가 배터스박스의 라인을 벗어나서 타격을 한다면 어떻게 규칙을 적용해야 할까.

A. 박재홍이 타격할 때 내딛는 왼발이 타자석 밖으로 나간다는 어필을 처음 한 것은 당시 삼성 백인천 감독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인 6월 6일, 쌍방울 김 감독이 박재홍에게 3점홈런을 맞고난 뒤 곧바로 부정타격이라고 어필하며 논란이 됐다. 그 때 심판진은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6월 25일 인천에서 김 감독은 똑같은 이유로 어필하며 선수단까지 철수시키는 등 강도높은 항의를 계속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논란이 된 박재홍의 타격자세가 적법한지의 여부를 놓고 두 번에 걸친 규칙위원회를 열었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렸다.

‘타자가 타격 전부터 타자석밖에 발을 딛고 타격하는 것은 아웃이며, 타자의 자연스러운 타격동작의 여세로 타격 후 발이 타석을 벗어나는 것은 무방하다. 구심의 재량으로 적정 여부를 판단한다.’이와 같은 해석이 나온 후에도 야구계에서는 대립된 의견 제시가 사라지지 않았다.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는 배트에 공이 닿는 순간에 발끝이 배터스 박스 라인을 밟고 있었다. 스퀴즈 번트를 댄다거나 보내기 번트를 대는 행위 또는 기습번트를 대고 뛰는 행위 등은 타자석 라인 안에 발이 있어야 한다. 기습번트를 대면서 1루로 뛰어나가는 경우에 발이 타자석을 이탈하는 것인지 라인을 밟고 있는지는 구심이 판단해야 한다. 타자석의 라인도 타자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