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효자, 잠실야구장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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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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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두 배 올라 25억… 광고료도 24억→72억 쑥여기저기 병난 곳 많은데 서울시 찔끔찔끔 보수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 이승엽(삼성) 김태균 박찬호(이상 한화) 김병현(넥센)이 돌아왔다. 지난해 역대 최고였던 680만 관중을 넘어설 태세다. 하지만 야구장 시설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30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서울시는 올해 잠실야구장의 임대료를 2배 가까이로 올렸고 72억 원이 넘는 광고료를 챙겼지만 야구장 시설 투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잠실구장 전경. 동아일보DB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 이승엽(삼성) 김태균 박찬호(이상 한화) 김병현(넥센)이 돌아왔다. 지난해 역대 최고였던 680만 관중을 넘어설 태세다. 하지만 야구장 시설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30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서울시는 올해 잠실야구장의 임대료를 2배 가까이로 올렸고 72억 원이 넘는 광고료를 챙겼지만 야구장 시설 투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잠실구장 전경. 동아일보DB
“저는 한국을 대표하는 귀하신 몸입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우승과 프로야구 30년을 함께했죠. 문을 연 지 30년이 됐지만 쉴 틈이 없어요. 매년 프로야구 133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죠. 그 탓에 제 몸은 여기저기 낡고 헐었습니다. 야구팬의 눈높이에 맞추기엔 너무 늙어버린 거죠.”

서울 잠실야구장 얘기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은 역대 최다인 68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두산과 LG가 함께 사용하는 잠실구장에만 244만 관중이 들었다.

○ 관중 늘었으니 임대료도 더 내라?

그런 잠실구장 임대료가 올해 25억5800만 원으로 지난해(13억8600만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서울시는 프로야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만큼 지방자치단체 소유인 잠실구장의 임대료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송두석 소장은 “최근 프로야구의 관중, 중계권료가 늘어나 임대료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998년 금융위기 사태 당시 야구장 입장료의 25%를 시에 지불했던 것을 10%로 줄여주는 등 배려했다”고도 했다.

○ 임대료 광고료 상승에 구단만 울상

서울시는 광고대행사 선정에서도 뭉칫돈을 챙겼다. 지난해까지 수의 계약(임의로 업체를 정해 계약하는 것)으로 24억4500만 원을 받았던 광고료가 올해는 공개 입찰에서 72억2000만 원을 적어낸 업체로 낙찰됐다. 무려 47억7500만 원이 올랐다. 12개 업체가 입찰을 하면서 경쟁이 과열됐고 서울시는 가만히 앉아서 목돈을 손에 쥐었다.

반면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과 LG 구단은 걱정이 태산 같다. 해마다 구단 운영비로 100억∼150억 원의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임대료 인상과 함께 광고료 단가마저 2배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서울시, 잠실야구장 얼마나 바꿀까?


서울시는 올해 잠실구장의 조명과 지붕 시설을 교체하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송 소장은 “앞으로 노후한 관중석 등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예산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 잠실구장 유지 보수 예산은 20억 원으로 지난해(18억 원)와 별 차이가 없다.

잠실구장의 현실은 열악하다. 관중석은 좁고 불편하다. 화장실은 하루 수만 명이 이용하기에 절대 부족하다. 음식점 등 편의시설도 30년 전과 다를 게 없다. 땜질식 보수보다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국 야구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그러나 야구장 시설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는 서울시민의 여가 문화에 기여했다. 이제는 지자체가 야구장 수익금 전액을 야구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프로야구의 인기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춰달라는 거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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