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5억5000만원 vs 15억원

  • Array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타격왕은 벤츠를 탄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쓰였던 말이다.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였던 캐딜락이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춘 뒤에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지만 홈런타자가 정교한 타자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투수들의 연봉은 어떨까.

두산의 토종 에이스 김선우(사진)가 지난해 4억 원에서 38% 인상된 5억5000만 원에 6일 재계약했다. 지난해 두산 투수 가운데 역대 최고 연봉을 받았던 김선우는 이로써 프로야구 투수 최고 연봉 선수 자리를 예약했다. 현재까지 투수 연봉 2위는 자유계약선수(FA)로 롯데와 계약한 정대현(5억 원), 3위는 한화 류현진(4억3000만 원)이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였던 KIA 윤석민(1억9000만 원)과 한국시리즈 MVP 삼성 오승환(2억4000만 원)이 아직 재계약하지 않았지만 김선우의 연봉을 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뛰다 2008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선우는 매년 꾸준한 인상으로 현역 투수 연봉킹 자리에 올랐다. 역대 투수 최고 연봉은 2004년 정민태(현대)가 받은 7억4000만 원이다.

반면 올 시즌을 앞두고 거포들의 연봉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일본 오릭스에서 뛰던 이승엽(삼성)이 순수 연봉만 8억 원을 챙긴 것은 예고편이었다. 얼마 후 일본 지바 롯데에서 한화로 유턴한 김태균이 15억 원이라는 거액에 계약했기 때문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000년까지 최고 연봉 자리는 투수들의 전유물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연봉(표 참조)으로 따지면 김재박(LG), 김성한(해태), 양준혁(삼성) 등 타자가 최고 연봉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연봉을 줄여 신고한 선동열(해태·1991년)과 김용수(LG·1998년)가 가장 많이 받았다.

타자 중 최고 연봉 선수로 이름을 처음 올린 것은 2001년 일본에서 돌아오며 KIA 유니폼을 입은 이종범이다. 그 뒤로는 한동안 투수와 타자가 번갈아가며 연봉킹이 됐다. 2010년부터는 타자가 전체 연봉 1위였지만 올해처럼 투타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초기에는 투수들의 역할 분담이 지금처럼 명확하지 않아 에이스에 대한 팀의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그런 점이 연봉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에서 돌아온 선수들의 연봉이 높은 것은 시장 규모와 이름값을 볼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