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 황금장갑 이대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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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7시 00분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내년엔 日진출…“마지막이란 생각에”
“내가 없어도, 롯데는 강팀 될 것이다”


‘거구의 눈물’이었다.

개인적으로 벌써 4번째 오르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무대. 그러나 ‘마지막’이란 느낌은 ‘공식체중’ 130kg의 이대호(29·오릭스)를 울컥하게 했다. 행사가 끝난 뒤 ‘눈물이 보이더라’고 말을 건네자 “컨셉이었어요”라며 잠시 농담으로 받아친 그는 곧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기분이 묘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고백했다.

이대호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루수 부문 수상자로 황금장갑을 안았다. 지난해 3루수 수상자였던 그에게는 2006·2007년(이상 1루수) 수상에 이은 개인 4번째 영광.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양승호 감독님, 지금은 LG로 옮기신 김무관 코치님, 공필성 코치님 등 여러 코칭스태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한 뒤 “11년간 응원해주신 롯데팬 여러분, 그리고 무엇보다 내 곁에서 힘들었을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뱃속에 있는 아기 ‘복댕이’에게 아빠 상 탔다고 말하고 싶다”는 마지막 말을 전하며 눈가에 눈물을 비쳤다.

옆에 있던 홍성흔은 “산만한 덩치가 웬 눈물이냐”고 놀렸지만, “내년에 이 무대에 다시 설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나더라”는 게 이대호의 설명이었다.

이대호는 정든 롯데 유니폼을 벗고 내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강민호가 “대호 형은 워낙 테크닉이 뛰어나고, 절대 주눅들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일본에서 더 잘할 것 같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적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부담, ‘대한민국 4번타자’로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책임감 등에서 이대호는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그는 “벌써 4번째 이 상을 받지만 골든글러브는 받을 때마다 새롭고 기분이 좋다”며 “내년에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없겠지만 나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팬들을 위해 내년 시즌 일본에서 최고의 타자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떠나지만 양승호 감독님도 계시고, 잘 하는 선수들도 많다. 이대호 없다고 롯데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홍)성흔이 형, 민호, (손)아섭이, (전)준우 등 롯데에 좋은 타자들이 많다.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에도 롯데는 강팀이 될 것”이라는 바람도 곁들였다.

이대호는 14일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언론을 위한 오릭스 입단식을 치른 뒤 16일 귀국한다. 오릭스 맨이 된 뒤 첫 일본 방문에는 친형인 이차호 씨가 동행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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