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류중일 “난 복장이다!” 좌형우-우승환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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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일 07시 00분


■ 롤러코스터 베이스볼

롤러코스터가 해외로 나갔어요. 삼성이 출전한 2011아시아시리즈가 열린 대만으로요. 삼성이 한국팀으로는 처음 우승까지 차지해서 롤러코스터도 더욱 신나게 돌아가요.

류중일 감독, 퉁이전 끝나고 어깨 힘들어간 사연

류중일 감독도 부인하지 않아요. 스스로 “복장(福將)”이래요. 류 감독이 복장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댈 수 있어요. 그냥 한 장면만 예로 들어요. 27일 퉁이전에서 승리한 뒤에요. 매경기 끝나면 승장과 수훈선수 2명이 기자회견장에 나서요. 그날 류 감독은 오른쪽에 오승환, 왼쪽에 최형우 앉혀놓고 기분 냈어요. 경기 전 “한국야구의 자존심”까지 얘기하며 필승 주문할 정도로 다급했거든요. 그런데 묘해요. 하필이면 ‘좌형우 우승환’이에요. 시즌 MVP 투표 앞두고 감독이 내놓고 편들었던 오승환, 그래서 서운할 수밖에 없었던 최형우가 그 옆으로 나란히 앉은 거예요. 사정 아는 몇몇 기자들, 세 사람 모르게 키득거려요. 최형우가 2점홈런 안 쳐줬으면 어찌됐을까요. 어쩌면 그 자리는 퉁이 감독과 수훈선수들로 채워졌을 거예요. 승승장구하던 류 감독도 체면을 많이 구길 뻔했어요.

족집게 송삼봉 단장 “헹가래? 못 받아도 좋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류중일 감독, 김인 사장처럼 올해가 처음이에요. 단장 되자마자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까지 몽땅 먹었어요. 소프트뱅크한테 0-9로 참패한 날이었어요. 송 단장은 취재진한테 만약에 결승 올라가 우승하면 자기도 헹가래 쳐달라고 했어요. 괴로웠던 심정을 거꾸로 표현한 거예요. 그만큼 충격이 컸어요. 모든 걸 ‘하늘’에 맡긴 표정, 그랬어요. 그 하늘은 결승전 날도 송 단장을 팍팍 밀어줬어요. 경기 앞두고 내기 걸었어요. 스코어 맞추기. 사다리타기만큼이나 짜릿해요. 송 단장 과감히 ‘5-3 삼성 승리’ 걸었어요. 하루 전 감독은 취재진 모아놓고 “솔직히 3점도 내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단장은 과감히 베팅 했어요. 그리고 적중했어요. 사흘 전 약속 안 잊은 기자들이 “헹가래 던져드릴까요”라며 축하인사를 던져도 “됐습니다. 괜찮아요”라며 악수만 하고 말아요. 내기까지 이겨서 기쁨이 두 배 됐거든요.

양손 보따리 가득…정인욱 “난 조커 아닌 쇼퍼”

결승전이 끝난 뒤에요. 서로들 “수고했다”며 인사를 대신해요. 하지만 정인욱은 달랐어요. 아주 쿨하게 인정했어요. “전 한 게 없어요.” 그럴 만해요. 대회 앞두고 감독이 이래요. 한국시리즈 때처럼 말이에요. “정인욱은 조커다.” 듣기 좋은 말이에요. 아직도 초등학생 같은 동안, 감독님 말씀에 환하게 미소 짓느라 눈은 더 작아져요. 하지만 정인욱은 조커도, 키플레이어도 아니었어요. 마무리캠프에서 너무 힘 뺐나 봐요. 딱 한 경기 나왔어요. 그것도 0-9로 참패한 소프트뱅크전. 내용도 실망스러웠어요. 하마터면 그 손에서 콜드게임 패전 완성될 뻔했거든요. 키플레이어 포기한 대신 쇼퍼(shopper)로 변신했어요. 한국시리즈 우승하자마자 마무리캠프 가느라 사지 못했던 운동화, 대만에 온 첫 날 마음에 드는 걸로 싸게 샀어요. 기분 좋아요. 결승 하루 전 또 나갔어요. 양 손에 보따리 가득해요.

더블스틸 작전 실패…류중일 감독 역적될 뻔

26일 소프트뱅크와의 예선에서 삼성은 치욕적인 0-9 패배를 당했어요. 삼성으로서는 경기내용이 더 기분 나빴어요. 5회 1사 1·3루에서 더블스틸을 허용하는 등 무려 7개의 도루를 내줬어요. 삼성 내야는 시쳇말로 물이 됐어요. 류중일 감독, 속이 상하지 않을 리 없었어요. 명색이 한국야구 챔피언인데, 부끄럽기도 했을 거예요. 29일 결승을 앞두고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삼성이 5-1로 앞선 5회초 2사 1·3루였어요. 이미 5회에만 5점을 뽑은 삼성. 하지만 1루주자 채태인과 3루주자 강봉규가 더블스틸을 시도하다 소프트뱅크 내야진에 가로막혀 공수교대가 됐지요. 누구의 사인미스였냐고요? 아니에요. 류 감독이 더블스틸 사인을 냈대요. 당한만큼 앙갚음을 하려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디 감독 맘대로 야구가 되나요? 일단 주자들부터 더블스틸을 할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아니었어요. 상대를 봐가며 작전을 내야 하는 것인데…. 허 찌르려다 또 한방 먹은 셈이었지요. 그래도 이겼으니 류 감독의 미스는 역사 속에 묻히게 됐네요. 역시 류 감독은 단군 이래 최고의 복장인가 봐요.

타이중(대만)|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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