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 ‘초구 공격’ 득일까? 실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7시 00분


롯데, PO1·3차전서 ‘빠른 공격’ 번번이 실패
로이스터·이만수·양승호 감독 “찬스땐 쳐라”
선수들은 “신중하게” vs “과감하게” 엇갈려


롯데 손아섭은 플레이오프(PO) 1차전 6-6 동점이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SK 정우람의 초구를 받아쳐 2루수∼유격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를 때렸다. 천금같은 찬스를 날려버린 롯데는 연장 10회 초 결국 결승점을 내주고 1차전에서 패했다.

같은 팀 강민호 역시 PO 3차전 1회초 2사 만루에서 초구를 때려 3루 땅볼에 그쳤다. 3차전도 롯데의 패배로 끝났고, 이런 일이 되풀이 되면서 ‘성급한 초구 공략’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승패와 연결돼 롯데 선수들의 이런 공격 패턴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SK 배터리가 롯데 타자들의 습관을 파악, 몇몇 타자에게는 의도적으로 위기 때 초구 유인구 볼을 던져 범타를 유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3차전 1회초 2사 만루, 강민호의 3루 땅볼 상황을 복기해 보자. 상대 선발 송은범은 투아웃까지 잘 잡은 뒤 3번 전준우에게 첫 안타를 맞고, 4번 이대호에게 유인구 3개를 던졌으나 배트가 나오지 않자 결국 고의4구를 내줬다. 5번 홍성흔과 승부하겠다는 욕심이었지만 이 역시 볼넷으로 끝이 났다. 누가 보더라도 투수쪽이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

이 때 강민호는 초구에 손을 댔고 범타로 끝이 났다. 이처럼 ‘초구 공격 논란’의 기본은 상대 투수가 쫓기는 상황, 특히 제구력이 흔들릴 때 왜 초구를 치느냐로 모아진다. 사실 투수가 위기에 몰린 탓에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기 위해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강민호는 “노리고 있던 볼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찬스에서의 초구 공략을 어떻게 봐야할까.

롯데 전임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두려움 없는 야구’를 강조하며 초구부터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라고 강조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도 “아직 우리 1군 선수들에게선 그런 모습이 덜 보이지만, 2군 감독할 때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게 하기 위해 벌금 제도를 활용하기도 했다”고 했다.

두 지도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손아섭이나 강민호나 잘못된 게 없다. 롯데 현 사령탑 양승호 감독 또한 “초구에 가장 좋은 볼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노림수에 맞는 볼이 들어온다면 찬스에서 초구 공략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초구 공략은 매 경기 1회 톱타자의 초구 공략과 맥이 닿아 있다. 어떤 톱타자들은 “다음 타자들이 최대한 상대 투수의 볼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던지도록 하는 것도 톱타자의 할 일”이라고 하고, 반대로 “좋은 공이라면 초구라도 과감히 휘둘러야 한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다.

초구 공략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정답은 사실 딱히 없다. 게임 상황, 상대 투수의 컨디션과 타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다. 결국 양승호 감독이 말하듯, “결과에 따라 모든 평가는 바뀌게 마련”이다.

그러나 찬스에서의 초구 공략은 주자없는 상황과 달리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스트라이크 두개’가 남아 있는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문학|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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