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송지만 “나를 만든 건 아이 캔 두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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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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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홈런-1000타점-1000득점
장종훈·양준혁 이어 3번째 위업
‘배트는 짧게’ 타격자세 초심으로
“난 할 수 있다” 긍정신념의 결실


“야, (송)지만(38·넥센)아! 너도 한마디 해봐.”

‘아. 나의 우상이 내 이름을 불러주다니….’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머릿속은 하얗게 돼 버렸다. 우물쭈물. 어떤 얘길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장종훈(43·현 한화 코치)이 말을 걸었다는 것만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1996시즌 직전 한화의 워크숍 자리. 새로운 시즌, 팀의 나아갈 방향을 밝히는 조별 분임토론 시간. 그 조에 선수는 장종훈과 송지만 둘 뿐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때부터 운명이었나 봐요. 장종훈 선배의 기록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지요.”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꽃이 되었다

송지만은 6일 목동 SK전에서 통산 1000득점(역대 6번째)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7월 31일 광주 KIA전에선 통산 1000타점(역대 7번째)을, 2010년 9월 24일 잠실 두산전에선 통산 300홈런(역대 6번째)을 수확했다. 300홈런-1000타점-1000득점의 위업은 장종훈과 양준혁(42)에 이어 3번째다. 송지만은 “나의 우상이던 장종훈 선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웃었다. 신인시절만 하더라도 그에게 장종훈은 “감히 말도 못 붙일 선배”였다. 당시 이미 장종훈은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타자. 우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어깨너머로” 야구를 배웠다. 타석에서의 마음가짐, 투수를 상대하는 법, 몸 관리까지…. 이제는 거인의 된 송지만의 야구는 그렇게 탄생했다.

○내 평생의 주문, ‘아이 캔 두 잇(I can do it)!’

송지만은 199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본인의 표현대로 “나는 뛰어난 스킬을 가지고 있던 선수는 아니었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꾸준히 자신의 타격이론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한화 시절 제프 배그웰(전 휴스턴)을 연상시키는 ‘기마자세’를 비롯해 16시즌 동안 변화시켜온 3∼4가지 타격폼들이 그 산물이다. 선수가 타격폼에 수정을 가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특히 그처럼 정상급의 타격실력을 보유한 선수라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는 긍정의 마인드로 그 어려움들을 극복해왔다. “항상 저는 이렇게 되뇝니다. ‘아이 캔 두 잇!’ 한번 따라보세요. 정말 이루어진다니까요. 저 역시도 그래왔어요.”

○신인시절로 되돌린 폼…늘 푸르게 야구하고 싶은 꿈

최근 송지만은 타격폼을 15년 전으로 돌렸다. 배트를 짧게 쥐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의 내 위치를 알기 때문에 폼과 함께 ‘마음가짐’도 신인의 자세로 돌리고 싶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 “신인 때(18홈런)는 내가 그렇게 홈런을 많이 칠 타자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때는 1번도 쳤으니까, 배트를 짧게 잡았지요.” 팀 내 최고참 자리를 물려받게 된 18일 이숭용의 은퇴경기. 오랜만에 1번타자로 출전한 송지만은 3회 단독도루(통산 160호)까지 성공시키며 녹슬지 않은 주루실력을 뽐냈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내 마음 속 큰 목표를 향해 다가서고 있다”는 그는 여전히 푸른빛을 내고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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