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마법의 양탄자’도 깔아줬는데… 기록이 기가 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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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강화된 규정에 위축… 대회 4일째 대회타이 1개 그쳐

“기록이 나오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대회 개막 4일째를 맞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신기록이 나와야 신바람이 나는데 눈에 띄는 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까지 19개 종목이 끝난 상황에서 세계기록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대회기록도 여자 포환던지기에서 타이기록이 하나 나왔을 뿐이다.

조직위는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몬도 트랙을 설치하면서 좋은 기록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남자 100m부터 삐걱거리면서 신기록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육상의 꽃 남자 100m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해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볼트의 경우에서 보듯 단거리 종목에서 기록이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번의 부정 출발로 실격이 되는 규정 탓이 크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출발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늦어졌다.

중장거리 종목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회 첫날을 제외하고 대구는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며 선수들이 탈진하는 등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습도도 높아 마라톤, 경보, 1만 m 등 장거리 종목의 기록은 예전 대회에 비해 저조했다.

멀리뛰기와 투척 등 필드 종목은 장비의 발달이 발목을 잡았다. 비디오 판독 등이 도입되면서 선수들의 작은 실수도 잡아내 실격이 속출했다. 멀리뛰기의 경우 구름판을 넘기지 않기 위해 많게는 30cm 전방에서 도약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예전에는 심판들의 눈과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지만 비디오 등 수많은 장비가 도입된 이후에는 선수들이 실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남자 1만 m 등 일부 종목은 라이벌 구도가 깨진 것도 기록 부진의 원인이다.

47개 종목 중 2005년 이후 기록이 깨진 종목은 13개뿐. 그만큼 신기록 가뭄 현상이 심하다. 남은 기간 대구에서 세계신기록을 볼 수 있을까.

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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