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베이스블로그] 박현준 ‘로진 시비’…그리고 심판들의 변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11일 07시 00분


#프로야구는 프로의 세계입니다. 당연히 효율성이 최고의 미덕이지요. 그런데 이런 야구판에서 예외적 부류가 있습니다. 심판들입니다. 이들은 효율성과 효율성이 충돌하는 야구판에서 공정성을 지고의 가치로 삼습니다. 만약 이들에게 권위가 있다면 그것 때문이겠죠.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심판들은 우군이 없습니다. 고독할 수밖에 없는 자리죠.

#문학 LG-SK전에서 소위 ‘박현준 로진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이니까 1주일 전이네요. SK와 LG 덕아웃의 의견을 청취한 뒤 심판실에 들렀습니다. ‘스피드 업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냐?’, ‘로진을 그렇게 많이 묻혀도 괜찮은 거냐?’, ‘왜 같은 내용에 SK 감독이 항의를 두 번이나 했는데 별다른 제재 없이 다 받아줬는가?’ 등등.

양쪽 벤치에서 나온 ‘입장’들을 들려주고 맞는 말인지를 물었지요. 얘기 자체의 타당성은 차치하고, 심판진의 대응이 기억에 남습니다. 팀장인 최규순 심판원은 괄괄한 성격대로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했지만 내용 자체는 ‘형평성’, ‘운영의 묘’라는 온건한 것이었습니다. “스피드 업을 따지기 시작하면 안 걸리는 투수보다 걸리는 투수가 더 많다. 곧이곧대로 규제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오히려 스피드 업이 안 된다.”

이영재 심판원은 ‘법 감정론’을 펴더군요. “박현준은 땀을 많이 흘리는 투수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합법적 도구가 로진이다. 그런 투수가 살아남기 위해서 로진을 조금 더 바른다고 그것을 규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법은 글자로 적혀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주체는 감정을 지닌 사람입니다. 조항대로 실행하면 간편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당사자, 혹은 바라보는 제3자의 마음까지 고려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흔히 ‘미국처럼 가차 없이 왜 퇴장을 안 시키느냐? 권위를 스스로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대한 우회적 반론이 될 수 있겠네요. 퇴장이 아니라 오직 판정의 정확성, 공정성으로 권위를 얻겠다는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필드의 주인공은 감독, 선수이지 심판일 수 없다는 숙명도요.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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