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세리머니’ 심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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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7시 00분


양의지 선수. 스포츠동아DB
양의지 선수. 스포츠동아DB
야구인 목소리 들어보니…

“그 정도는 괜찮다”
김광수감독대행·이용철해설위원…

“오해 살 소지 있다”
LG 이동현·이순철해설위원…

롯데 고원준 “크게 의식 안해”
야신 “액션은 야구 붐에 한몫”
야구에서 홈런은 가장 화끈한 득점방법이다. 야구는 정적인 종목이지만 공이 훨훨 날아가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빠르고 경쾌하다. 그러나 홈런이 터지는 순간, 대부분 타자들은 묵묵히 베이스를 돈다. 축구에서 골이 터지면 모든 선수들이 함께 환호한다. 세리머니도 가지각색이다.

반대로 야구는 홈런이라는 가장 극적인 순간 세리머니를 덕아웃으로 돌아간 후까지 미룬다. 상대 투수, 팀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배려에서 시작한 불문율은 야구가 태어난 미국에서 시작돼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졌고 각기 고유한 야구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면서 약간씩은 다른 야구문화가 서로 충돌해 논란을 일으킨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예민한 경계는 홈런세리머니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라”

2일 잠실 KIA전에서 두산 양의지는 홈런을 친 후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1루로 뛰기 시작했다. KIA 투수 트레비스는 격하게 화를 냈다. 경기 후 트레비스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아주 작은 환호라도 곧장 빠른 공으로 보복을 당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그동안 홈런 세리머니의 기준에 대한 완벽한 암묵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초창기 이만수 현 SK 2군 감독은 홈런을 친 후 만세를 부르며 베이스를 돌다 종종 사구로 보복을 당했다. 그러나 이제 그 같은 세리머니는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는 각자의 기준은 존재하지만 서로의 생각에는 큰 온도차가 있다.

3일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홈런직후 양의지에게 특별한 모습이 없었다.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나? 미국은 홈런세리머니에 대해 더 엄격하지만 여기는 한국이다”고 말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트레비스가 조금 민감했던 것 같다”고 봤다.

○한국선수들끼리도 생각차가 큰 홈런세리머니

양의지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현장의 목소리도 컸다. LG 이동현, MBC 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 등은 “양의지가 주루를 너무 늦게 시작해 충분히 오해를 살 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포츠동아가 3일 각 구장에서 각 구단 감독 및 코칭스태프, 선수, 해설위원 등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홈런세리머니에 대한 현장의 생각은 미국과 한국의 문화차 이상 컸다. 트레비스 등 외국인 투수 뿐 아니라 언제라도 투수와 타자가 홈런세리머니로 그라운드에서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 베테랑 투수는 “액션이 크고 심한 선수들이 분명히 있다. KIA 안치홍처럼 빨리 베이스를 도는 매너 있는 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많은 수의 투수들이 세리머니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타자들 대부분은 “세리머니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롯데 고원준처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타자의 자유다”라는 의견을 가진 투수들도 있었다. 한 베테랑 타자는 “단기전만큼은 기 싸움, 팀 사기를 위해 액션을 크게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현장 최고령인 SK 김성근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 “당하는 쪽에서 얄밉지만 액션은 야구 붐에 한몫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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