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명문구단’ LA 다저스, 어쩌다 파산보호 신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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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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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무능+비리 ‘병살타’에 명가 지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 LA 다저스가 최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내며 위기에 빠졌다. LA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의 외야 쪽 전광판과 조명탑. 로스앤젤레스=AP 로이터 연합뉴스
다저스 구단주 프랭크 매코트(왼쪽)와 전 부인 제이미 .
다저스 구단주 프랭크 매코트(왼쪽)와 전 부인 제이미 .
별안간 고교야구 매니저를 맡은 여학생은 서점으로 갔다. 그가 산 책은 석학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기업 경영을 다룬 책을 야구 매니지먼트 서적으로 잘못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여학생은 드러커의 지침을 야구부에 도입해 만년 하위 팀을 강팀으로 만든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소설의 내용이다. 여학생을 감동시킨 구절은 이랬다. ‘매니저에게 중요한 것은 재능보다 진지함이다.’ ‘야구부는 관중에게 감동을 주는 조직이어야 한다.’

야구 종주국 미국의 메이저리그가 관중에게 감동보다 실망을 주는 일로 술렁이고 있다. LA 다저스가 최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국내 팬들에게 친근한 구단이다.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오릭스)가 1994년 둥지를 튼 팀이 바로 다저스다. 최희섭과 서재응(이상 KIA)도 한때 여기서 뛰었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이다. 월드시리즈 챔피언도 6차례나 차지했다.

박찬호가 입단할 때 구단주였던 피터 오말리는 1998년 3월 폭스그룹에 구단을 팔았다. 스포츠 시장이 거대해지면서 개인이 끌어가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아버지 월터 때부터 이어오던 오말리 가문이 떠나면서 다저스는 흔들렸다. 피터 오말리에게 3억1100만 달러를 주고 다저스를 인수한 폭스그룹은 경영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자 2004년 프랭크 매코트에게 4억3000만 달러를 받고 구단을 매각했다. 몰락의 시작이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매코트는 현금 없이 부동산 담보와 차입금으로 구단을 매입해 ‘미국판 봉이 김선달’로 통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매코트가 다저스를 매입할 때부터 반대했다. 구단의 자산 가치를 올린 뒤 되팔아 이익만 챙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칼럼니스트는 매코트를 구단주로 표현하지 않고 주차 관리원이라고 놀렸다. 실제로 매코트가 구단을 사들인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차비를 올리는 것이었다.

다저스가 재정난을 겪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매코트와 전 부인 제이미의 이혼과 재산권 분할 싸움이다. 2009년 10월 30년을 살았던 부부는 이혼을 발표했다. 구단 사장(메이저리그 사상 여성으로는 최고위직)이었던 제이미가 유럽 여행을 가면서 경호원과 바람을 피운 게 원인이 됐다. 이혼 과정에서 부부의 상상을 초월한 사치 행각이 드러나면서 매코트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매코트는 부동산업자답게 구장, 주차장, 입장권 관리 등을 독립 사업체로 떼어 놓고 이를 통해 대출을 받아 개인 재산으로 유용했다. 또한 근무도 하지 않는 두 아들에게 연봉을 준 것도 밝혀졌다. ‘비리 종합세트’였다.

다저스의 재정 압박은 올 초부터 본격화됐다. 폭스사와 협상 중인 지역 TV중계권이 메이저리그 버드 셀릭 커미셔너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해 자금이 고갈됐다. 매코트가 폭스로부터 중계권 선수금을 받으면 이 중 절반이 이혼 합의금 등으로 쓰일 것이라는 게 거절의 이유였다. 이에 매코트는 지난달 28일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법원은 다저스가 제출한 방안을 승인했다. 당분간 채무 변제를 하지 않고 추가 대출을 받아 구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런 방안에 합의해 구단이 강제 매각되는 상황도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4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메이저리그 구단 가치에서 다저스는 양키스(17억 달러), 보스턴(9억1200만 달러)에 이어 3위(8억 달러)에 올랐다. 리더를 잘못 만나 망신을 당했지만 시장 가치는 여전히 높다.

야구 기자 시절 다저스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프로야구 제9구단 엔씨소프트의 이태일 대표는 “매코트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야구단을 인수했다. 기업인이 가져야 할 윤리적인 자세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대도시를 연고로 한 데다 다른 구단과 달리 구장도 소유하는 등 여건이 좋아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은 리더를 잘못 만나면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다. 매코트는 진지함도 없었고 야구를 통해 감동을 주려는 의지도 없었다. 홍역을 겪은 다저스는 명문 구단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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