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K’ 류현진 행진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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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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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K'. 투수가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일 수 있는 단어 가운데 이만큼 매력적인 게 있을까. 타자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팬 서비스가 홈런이라면 투수는 탈삼진이다. 결정적인 순간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모습에 팬들은 환호한다.

닥터K의 K는 스트라이크(Strike)의 과거형인 스트럭(Struck)에서 따왔다는 설과 타자를 녹아웃(Knock-Out) 시켰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지만 전자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1860년대 미국의 한 야구 기자가 희생타(Sacrifice)의 S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단어 앞 이니셜 S가 아닌 끝의 K를 사용했다는 것. 유래야 어찌됐건 이제는 누구나 삼진을 K로 쓴다.

19일 대전 구장. 한화 선발 류현진이 6회 두산 최준석을 삼진으로 솎아내는 순간 전광판에는 '1000K'가 새겨졌다. 역대 최연소이자 최소 경기 1000탈삼진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괴물' 류현진은 데뷔하던 2006년부터 탈삼진 1위에 오르며 닥터K로 이름을 날렸다. 그해 201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204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9명밖에 없던 200이닝-200탈삼진 클럽에 신인 최초로 가입했다.

데뷔 후 6시즌도 지나지 않았지만 류현진의 탈삼진 관련 기록은 화려하다. 통산 1000탈삼진 이전에 한 시즌 최연소이자 최소 경기 100탈삼진, 200탈삼진(이상 2006년)의 주인공도 그였다. 지난해 5월에는 LG를 상대로 17개의 삼진을 뽑아내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표 참조).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해태 선동열(전 삼성 감독)이 1991년 6월 빙그레전에서 기록한 18개. 그러나 이는 연장 13회까지 완투하며 얻은 것으로 당시 선동열은 9회까지는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한 시즌 최다 탈삼진은 1984년 최동원(롯데)의 223개로 류현진의 204개(2006년)보다 19개가 많다. 그러나 최동원의 기록은 51경기에 등판해 284와 3분의 2이닝을 던져 얻은 것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엄격하게 지키는 요즘 같으면 그렇게 던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류현진은 20일 현재 탈삼진 103개로 2위 윤석민(KIA)을 18개 차이로 앞서 있다. 올 시즌에도 탈삼진 1위에 오르면 통산 5번째 타이틀로 선동열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부문은 통산 최다 탈삼진(2048개)이다. 송진우(한화 코치)가 21시즌에 걸쳐 달성한 기록이기에 류현진이 지금의 페이스를 어느 정도만 유지하면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최다 탈삼진은 놀런 라이언의 5714개, 일본은 가네다 마사이치의 4490개다. 투수 분업화가 정착하지 않았던 시기인데다 경기 수가 한국보다 훨씬 많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한화 정민철 투수 코치는 "류현진이 오랫동안 국내에서 야구를 한다면 거의 모든 국내 투수 부문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삼진은 다승과는 달리 팀 성적과 상관없이 투수 스스로 만들어 내는 기록이다. '닥터K' 류현진의 탈삼진 행진의 끝은 어디일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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