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졌던 ITF, 北 빼고 하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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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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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웅계열’ 핵심 박종수 부총재 ‘최중화계열’ 합류 공식선언

국제태권도연맹(ITF)이 북한을 배제한 단체로 재편한 뒤 한국의 세계태권도연맹(WTF)과 화합을 모색하고 있다. 9일 제66회 세계군인체육회(CISM) 총회에 참석한 이유선 ITF 총괄실장, 리가이 부총재, 최중화 총재, 박종수 부총재, 임성섭 세계군인태권도연맹 총재(육군 중령), 트레버 니콜스 사무총장(왼쪽부터). 지난해 4월 장웅 계열에서 탈퇴한 박종수 부총재는 최중화 계열 합류를 선언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국제태권도연맹(ITF)이 북한을 배제한 단체로 재편한 뒤 한국의 세계태권도연맹(WTF)과 화합을 모색하고 있다. 9일 제66회 세계군인체육회(CISM) 총회에 참석한 이유선 ITF 총괄실장, 리가이 부총재, 최중화 총재, 박종수 부총재, 임성섭 세계군인태권도연맹 총재(육군 중령), 트레버 니콜스 사무총장(왼쪽부터). 지난해 4월 장웅 계열에서 탈퇴한 박종수 부총재는 최중화 계열 합류를 선언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여러 계파로 갈라져 있던 국제태권도연맹(ITF)이 북한을 배제하고 하나가 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이끄는 ITF의 오른팔인 캐나다 박종수 부총재(70)는 지난해 4월 이탈을 통보한 데 이어 최근 최중화 총재(57)가 이끄는 ITF에 합류를 선언했다.

ITF는 고 최홍희 장군이 1966년 한국에서 만든 최초의 태권도 국제단체. 그러나 최 장군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불화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했고 1년 뒤 김운용 전 IOC 위원이 주축이 된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창설되면서 한국과 멀어졌다. ITF는 최 장군이 1980년대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하며 김일성 주석과 친분을 쌓았다는 이유로 한때 ‘빨갱이 단체’로 불리기도 했다. ITF는 2001년 최 장군의 아들 최중화 씨를 차기 총재로 뽑았지만 2002년 최 장군이 평양에서 사망하자 장웅 위원이 추모식에서 일부 인사를 규합해 총재에 오르면서 이원화됐다. 여기에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제3국 인사들이 만든 단체까지 ITF는 3개 계파로 나뉘어 있다. ITF의 적자임을 주장하는 최 총재는 캐나다에 있는 본부를 한국으로 옮겨오겠다며 WTF와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성섭 세계군인태권도연맹 총재(52·육군 중령)가 9일부터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66회 세계군인체육회(CISM) 총회에 최 총재와 박 부총재를 초청해 손을 잡게 했다. 박 부총재는 ITF가 탄생할 때 해외시범단원으로 활약하는 등 최 장군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인물. 최 장군 사망 후 장웅 계열에 합류했지만 이제 최중화 계열로 전향해 ITF 발전에 힘을 보태게 됐다. 최 총재와 박 부총재를 9일 만나 통합구상을 들어봤다.

○ 순수성 찾기


박 부총재는 “최 장군께서 저세상으로 가기 전에 ‘김운용을 견제해 ITF를 지켜 태권도를 하나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인물은 장웅이다’라고 말씀해 그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장 위원은 당초 약속과 달리 태권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최 장군의 뜻은 태권도의 통합이었는데 그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독단의 장벽을 넘어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장웅의 ITF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 사범 파견도 정치적인 이해타산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최 총재는 “박 부총재의 전향은 목숨을 건 결단이다. 북한은 장웅 계열을 이탈하는 인사들에게 ‘지구촌에 숨을 곳이 없을 것이다’라며 살해 위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8년 슬로바키아에 거주하던 이영석 ITF 기술위원은 방북했을 때 총살당했다고 한다. 당시 북측은 ‘교통사고였다’고 발표했다.

최 총재는 “북한은 9월 평양에서 세계대회를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공식적으로 데뷔시키는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가급적 많은 나라의 선수를 부르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장웅 쪽에서도 CISM에 가입하려 했다. 하지만 CISM에서 순수성이 없다고 판단해 우리와 접촉했다. 우리가 CISM의 정식 종목에 선정되면 장웅 쪽은 힘을 잃을 것이다. CISM은 IOC 다음으로 큰 국제 조직이다”라고 덧붙였다.

최 총재와 박 부총재의 ‘악수’는 전 세계 ITF에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 않아도 장웅 계열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ITF는 최 총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박 부총재 외에도 장웅계 실세들이 속속 전향하고 있다.

○ 태권도는 하나다


박 부총재는 “내가 장웅 계열을 떠난 이유는 전체 태권도인들을 위한 선택이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보다 태권도 발전이 더 중요하다. ITF도 갈라져 있는데 태권도는 ITF와 WTF로 또 나뉘어 있다. 태권도는 하나다. WTF는 올림픽 종목으로 스포츠로 계속 발전시키고 ITF는 군인대회에서 무술로 발전시키며 접목을 하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 총재도 “우린 WTF의 발전을 막지 않는다. 서로 함께 발전해야 한다. WTF는 스포츠로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고 ITF는 군인올림픽에서 ‘틀(품새)’을 중심으로 한 무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런 과정에서 시간을 두고 하나가 되면 된다. 2년 전 ITF 본부를 한국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은 국내 합의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WTF와 ITF가 하나가 되는 효과는 매우 크다. WTF는 7000만 명 이상, ITF는 30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있다. 1억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게 될 통합 태권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상품이 될 게 분명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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