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기자의 나고야 통신] 박찬호, 보크 신경쓰다 리듬 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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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7시 00분


5일 주니치전 3점포 등 4이닝 5실점
세트포지션 연습 길어져 제구력 흔들
직구 대부분 130km대 힘 안실려 밋밋

오릭스 박찬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오릭스 박찬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박찬호(38·오릭스)가 5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전에 선발등판해 일본 무대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4이닝 동안 홈런을 포함해 7안타 2볼넷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탈삼진은 5개.

그러나 아직은 시범경기. 그것도 첫 등판이기에 결과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주니치전 투구를 보면 희망적인 부분도 보인다. 박찬호의 투구내용을 토대로 첫 등판의 의미와 향후 숙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비효율적 투구수 배분

박찬호는 이날 총 80개의 공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 최근 3년간 사실상 불펜투수 역할만 해온 그는 몸이 1∼2이닝 투구에 적응돼 있지만, 개막까지 2차례 더 등판이 남아있기 때문에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선발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올해 38세다. 100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지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투구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 타자를 이길 수 있어야 한다. 2회(30개)와 3회(22개)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그도 경기 후 “5이닝 정도를 기대했는데 안타와 볼넷을 많이 내주면서 4이닝밖에 못 던졌다. 그 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스트라이크 비율이 약 60% 정도인 점은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날 80개 중 스트라이크 51개, 볼 29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은 63.8%였다.

○미흡한 구위와 컨트롤

이날 최고 구속은 145km. 그러나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최고 구속은 141km였다. 대부분의 직구 구속은 138∼139km. 전성기처럼 투구시 뒷다리가 마운드를 박차고 나가면서 온몸을 이용하는 다이내믹한 투구폼은 나오지 않았다. 상체, 특히 팔로 던지는 느낌을 줬다. 그러다보니 공에 충분히 힘을 싣지 못했다.

컨트롤 역시 부족했다. 높은 공이 많았다. 박찬호는 “잘 맞은 안타는 3개 정도밖에 안 되니까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실투가 3개 정도 있었는데 홈런도 그 중 하나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첫 실점부터가 2회 선두타자 조엘 구스만에게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바가지 안타 후 허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이 높았기 때문에 빗맞은 안타도 나온다.

3회 8번타자인 베테랑 포수 다니시게 모토노부에게 홈런을 허용한 공도 한가운데 밋밋한 변화구였다. 박찬호는 “홈런은 커터를 다른 그립으로 던지려다 실투를 했다”고 털어놨다. 오카다 감독은 “그동안(스프링캠프 불펜투구와 홍백전) 공이 낮았는데 오늘은 높았다”면서도 “간만에 선발을 맡았지만 베테랑인 만큼 선발훈련을 계속 해왔으니까 잘 할 것이다”며 기대감을 거두지 않았다.

박찬호 주니치전 투구내용.
박찬호 주니치전 투구내용.


○보크는 없었지만…

박찬호는 스프링캠프 홍백전 2경기에 나서 총 3개의 보크를 범했다. 세트포지션에서 정지동작이 짧다는 지적이었다. 박찬호는 “미국에서는 가끔 빠른 템포로 던졌다. 타자와 상대할 때 다양하게 활용했는데, 일본에서는 패턴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보크는 없었지만 결국 일본의 엄격한 보크 규정 적용을 신경 쓰느라 리듬이 흐트러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카다 감독은 “세트포지션 연습을 경기 전 불펜에서 하고 등판했는데, 그걸 길게 가져가려다보니 투구리듬을 잃어버려서 컨트롤이 흔들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을 받은 포수 이토 히카루는 “경기 전 박찬호로부터 ‘사인을 전부 맡긴다’고 들었다. 그런데 사인에 머리를 흔든 장면도 있었다. 실점했던 3회 공은 타자 입맛에 맞는 공이었다. 나와 사인이 안 맞을 때는 급하게 던진 것도 있었다”고 말해 포수와의 커뮤니케이션과 호흡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효과적인 바깥쪽 직구와 슬라이더

일본에서 통할 수 있는 공도 확인해 수확이 있는 첫 등판이었다. 특히 바깥쪽 낮은 모서리를 찌르는 정교한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가다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휘어져나가는 슬라이더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2회 1실점 후 계속된 무사만루서 마쓰이 유스케와 이라키 마사히로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대량실점의 위기를 넘긴 것도 이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또 4이닝에 탈삼진이 5개인 점도 기대감을 갖게 했다. 구위와 컨트롤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경험을 통해 타자를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박찬호다. 앞으로 실전등판을 통해 구속이 오르고, 컨트롤만 보완된다면 일본에서도 통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게다가 마지막 이닝인 4회 공 11개로 삼자범퇴 처리한 것도 긍정적 신호다. 초반에 좋다가 후반에 난조를 보였다면 체력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타자들이 구종을 노리고 친다는 느낌었다. 미국과 비교해 일본타자들의 변화구 대처 능력이 나은 면도 있으나 팀마다, 선수마다 다양하니까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사진=김종원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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