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고영민, 연습경기 4할타… “전경기 출장” 고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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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7시 00분


롯데전서 248일만에 홈런…공격력 과시
수비범위 넓고 발 빠른 ‘2익수’의 귀환
김경문 감독도 “올해는 영민이가 잘할 것”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는 두산 고영민. 사진제공=두산베어스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는 두산 고영민. 사진제공=두산베어스
2008년 올림픽 이후 잡생각 시달려 자충수, 거기에 부상까지 겹쳐
난 원래 스타 아닌데… 과분한 욕심 훌훌 털어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야구 못해도 기다려준 팬들에 좋은모습 보일 것


두산 고영민(27)이 2011시즌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지난 2년간 잦은 부상으로 부진에 부진을 거듭했던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앞으로‘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여유가 오히려 나에게는 독이 됐다”며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2009년, 2010년 야구를 잘 하지 못했음에도 꾸준히 응원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1시즌 최고 기대주는 고영민

팀 전지훈련이 한창인 일본 미야자키현. 두산 김경문 감독은 “올해는 (고)영민이가 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늘 제자의 선전을 바라면서도 말을 아꼈던 김 감독이었지만 “스스로 느낀 게 많은 2년이었을 것이다. 올해는 좋아진다. 동기부여가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고영민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부상이었다. 2009년 주루플레이 도중 베이스를 잘못 밟으면서 발목이 접질렸고 이후 타격밸런스가 완벽하게 무너졌다. 2010년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지만 투구에 손을 강타 당하면서 엔트리에서 빠지고 말았다. 그가 없는 빈 자리는 오재원이 메웠다.

○스프링캠프에서 불방망이로 눈길

그 모습을 벤치에서 바라만 봐야했던 고영민. 씁쓸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스스로 ‘나는 원래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전에는 더더욱 잘 했던 선수도 아니었다’며 끊임없이 채찍질을 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음가짐의 변화는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좋은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일본에서 열린 4번의 연습경기에 출장해 타율 0.412(17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18일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는 2010년 6월 16일 이후 248일 만에 홈런포(4타수 3안타 2타점)를 쏘아 올리더니 22일 일본 세이부 1군과의 경기에서는 에이스 와쿠이 히데아키를 상대로 2안타 1타점을 뽑아냈다.

○잡생각과 부담 버리기가 1차 목표

두산 입장에서 고영민의 부활은 호재다. 김 감독은 “(고)영민이가 살아나면 밑그림이 다양해진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그는 ‘2익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비범위가 넓고, 빠른 발과 발군의 주루센스를 지니고 있다. 테이블세터뿐 아니라 3번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장타력도 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아 포스트시즌에 꼭 필요한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영민은 “욕심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쓸데없는 잡생각과 지나친 부담감을 버리는 것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원래 인터넷을 잘 안하는 편인데도 올림픽이 끝난 후 주위에서 기대치가 높다는 걸 의식하게 되더라”며 “그러다보니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졌고 야구가 힘들어졌다”고 고백했다.

○고영민표 이미지트레이닝 효과

고영민은 어릴 때부터 지독한 완벽주의자였다. 10타석에 서면 모두 안타를 쳐야 웃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만약 10개 중 9개의 안타만 치면 새벽까지 방망이를 휘두르곤 했다. 주위에서 “10번 중에 3번만 쳐도 최고의 타자”라고 얘기해줘도 막무가내였다.

프로에 들어와서도 완벽주의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2002년 입단 후 4년간 2군에 머물면서 점차 생각이 바뀌었다. 대신 다른 목표로 눈을 돌렸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하는 선수가 되자”다. 그가 초점을 맞춘 건 주루플레이.

매일 같이 눈을 감고 이미지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여러 상황을 나열한 뒤 ‘이런 타이밍에는 2루에서 3루까지 갈 수 있겠다’‘외야플라이 때 저 선수는 어떻게 송구를 하니까, 어떻게 포구하니까, 왼손잡이니까 뛰면 되겠다’고 머릿속에 그리는 방식이다.

○올해 고영민이 그리는 시즌은?

수비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주자가 1루에 있고 타구가 나한테 왔는데 공을 잡았다 놓쳤을 때 발로 토스해서 유격수에게 보내는” 상상훈련을 한다.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지난 시즌 6월 13일 SK전에서 유격수 손시헌에게 타구가 낀 글러브를 통째로 던진 수비는 그가 늘 상상해왔던 한 장면이다.

그렇다면 올해 고영민이 상상하는 시즌은 뭘까. 그는 “133경기에 모두 출장하는 것과 하루에 하나씩 안타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기록은 출루율. 그는 “볼에 맞아서라도 출루하는 게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준비를 많이 했다. 야구를 못할 때도 응원해준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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