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인치 외바퀴로 전국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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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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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자전거 강사 김경수 씨서울깶부산, 해남~임진각 이어 5월엔 부산~고성 500km 종주

외발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493km를 달린 김경수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외발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493km를 달린 김경수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흔히 생각했던 그런 작은 외발자전거가 아니었다. 수레를 밀듯 커다란 바퀴를 밀고 왔다. 바퀴 지름만 36인치(91.4cm). 바로 세우니 안장이 가슴 높이까지 왔다. 저걸 어떻게 올라타나 싶었다. 앞으로 밀면서 뛰어가더니 한쪽 발을 페달에 먼저 올린 뒤 몸을 솟구쳐 안장에 실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모습이 우람해 보였다.

김경수 씨(41)는 이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 투어에 나선다. 장거리용은 바퀴가 크다. 지난해 5월에는 빗속을 뚫고 2박 3일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지하철역을 출발해 부산 해운대 앞바다 모래사장까지 493km를 달린 데 이어 8월에는 3박 4일간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까지 550km를 종주했다. 올해 5월에는 해운대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약 500km를 달릴 계획이다.

지난해 울산에서 해운대로 가던 길. 비는 오는데 바람은 거세고 국도 7호선 옆 바다에서는 일제히 일어난 흰 파도가 장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바닥난 체력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포기하려 했지만 함께 출발했던 정현욱(16) 김태권 군(16)이 그를 말렸다. 당시 중학생이던 이들은 동호회에서 만난 사이.

외발자전거에는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일 때도 다리 힘만으로 바퀴의 속도를 제어해야 한다. 속도를 제어하기 어려우니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이들은 “시속 35km 이상 달리면 스스로 멈칫한다”고 했다. 외발자전거 장거리 투어에서는 남자의 급소 부분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곳에 힘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리에 힘을 많이 주기에 허리가 강해지고 좌우 균형을 맞추느라 머리를 많이 쓰기 때문에 두뇌활동에 좋다고 예찬론을 폈다. 김 씨가 초등학생들에게 외발자전거를 권하는 이유다.

김 씨는 어떤 사람이 산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시작했다. 색다른 일을 한다는 느낌과 호기심이 원동력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외발자전거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거리 투어를 하는 이유는 전국의 사람들에게 외발자전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혼자 하면 균형 잡기가 어려우니 가까운 동호회를 찾아 시작하라”며 외발자전거를 권유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동영상=36인치 외바퀴로 전국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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