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람한 근육과 식스팩, 알고보니 ‘약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6일 11시 54분


코멘트
한국 스포츠가 금지약물에 신음하고 있다. 보디빌딩에서 또다시 약물 파문이 터진 가운데 사격과 근대5종에 이어 프로농구에서도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제91회 전국체육대회 보디빌딩 종목에서 금메달리스트 3명을 포함한 6명의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KADA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총 8명(보디빌딩 6명, 근대5종 1명, 사격 1명)의 선수가 도핑 검사 결과 비정상분석결과를 보여 대한체육회와 해당 경기 단체에 징계하도록 조치했다고 6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또 프로농구 서울 SK의 식스맨으로 활약해온 A모 선수는 지난달 말 KBL에서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이뇨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에서 동시에 약물 파동이 터지고 말았다.

◇보디빌딩, 또다시 '약물 파동'=무엇보다 그동안 '약물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받아왔던 보디빌딩에서 6명의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전국체전 메달리스트 가운데 남자일반부 밴텀급(65㎏)에서 우승한 김진식(대구)을 비롯해 라이트급(70㎏)과 라이트미들급(80㎏)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병수(충북)와 이두희(대구) 등 금메달리스트 3명이 KADA로부터 2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김진식은 스테로이드인 '스타노졸롤 대사체'와 흥분제인 '메탈헥사아민'이, 이두희와 김병수의 소변시료에서는 흥분제인 '메틸헥사아민'이 각각 검출됐다.

또 웰터급(75㎏) 은메달리스트인 김형찬(대구)과 플라이급(60㎏) 동메달리스트 정국현(부산)도 흥분제인 '메탈헥사아민' 양성 반응이 나왔고, 메달을 따지 못했던 헤비급의 한슬기(부산)는 스테로이드제인 '메테놀론'이 검출됐다.

보디빌딩은 지난해 9월에도 국내 최고 권위의 '2010 보디빌딩 미스터&미즈 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체급별 우승자 5명을 포함해 총 7명의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영구제명 조치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당시 징계 결과가 나온 지 한 달도 안 돼 치러진 전국체전에서 또다시 6명의 선수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져 보디빌딩 종목에 대한 존폐 논란까지 번질 태세다.

2005년 전국체전에서도 8명의 선수가 도핑에 걸리며 발칵 뒤집혔던 보디빌딩협회는 전국체전 출전 선수 전원에 대해 도핑검사 시행을 의무화하고 도핑 추방 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더불어 외부 업체에 도핑 방지를 위한 컨설팅을 맡기고 KADA의 징계 수위와 상관없이 도핑에 걸리면 영구제명을 내리는 강력한 징계를 내리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보디빌딩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정화교육을 치르고 있지만 도핑 파문이 끊이지 않아 협회 차원에서도 난감하다"며 "KADA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선수들에 대해 영구제명 등 징계조치가 이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프로농구, 첫 금지약물 적발=KBL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10개 구단의 선수 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도핑검사를 시행한 결과 서울 SK의 A모 선수의 소변 시료에서 금지약물인 이뇨제성분이 검출됐고, 해당 선수와 구단은 KBL에 재심을 요청했다.

이 선수는 비시즌에 체중을 빼려고 다이어트 관련 제품을 먹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KBL 도핑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 해당 선수는 9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금지약물로 징계를 받는 사례가 된다.

또 지난해 전국체전 사격 속사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강형철(부산)과 근대5종에 출전한 채해성(대구)은 금지약물인 '프로프라놀롤'과 '페모테롤'이 검출됐지만치료 목적이 인정돼 각각 자격정지 3개월과 견책 처분을 내렸다.

더불어 지난해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도 금지약물이 발견된 장애인 좌식배구의 P모 선수와 장애인 양궁의 L모 선수도 각각 자격정지 3개월과 견책 처분을 받았다.

◇실수로 먹어도 징계…약물에 대한 경각심 필수=
이번에 적발된 보디빌딩 선수들은 KADA로부터 2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사격과 근대5종를 비롯해 장애인 선수들은 자격정지 3개월 및 견책의 처분에 그쳤다. 그렇다면 처벌의 차이는 어디서 생겼을까.

가장 중요한 점은 치료를 목적으로 약물을 어쩔 수 없이 복용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보디빌딩 선수들은 부상 치료와 금지약물 성분이 표시되지 않는 보충제를 먹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치료 목적을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제품 선택에 부주의했다는 점 때문에 중징계를 면하지 못했다.

반면 사격 선수는 치료 목적이 인정됐지만 약품 선택에 부주의했다는 결론을 내려 3개월 자격정지를 받았고, 근대5종 선수는 병원 처방에 따른 치료 때문이었다는 점이 인정돼 견책에 그쳤다.

결국 금지약물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약물파문은 선수들이 약을 복용하는 데 있어서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게 됐다.

더구나 장애인 양궁 선수 L모 씨는 장애인양궁협회에 치료목적사용면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협회의 행정처리 미숙으로 징계를 받게 된 만큼 선수뿐 아니라 해당 경기단체도 도핑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만 한다.

인터넷 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