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에서 만난 사람]도하 유도영웅 이원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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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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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믿고 맡기니 후배들 훈련 더 열심”

광저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광저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응원의 함성과 박수 소리는 그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매트 위를 주름잡던 그는 이제 방송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승자가 포효하면 그의 목소리도 커진다. 누구보다 금메달의 기쁨과 영광을 잘 알고 있기에 때론 울컥한다. 그는 4년 전 도하의 영웅이었다. 다섯 경기 중 네 경기를 한판으로 따내며 한국 유도 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무릎 부상으로 재활 훈련을 하다 KBS 해설위원으로 광저우를 찾은 이원희(29·한국마사회·사진)를 만났다.

○ 아들 예성이 유도선수 키우고 싶어

“4년 전과 차이요? 아무래도 긴장감이 덜하죠(웃음). 그때는 그랜드슬램이 꼭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느껴졌어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한동안 열정이 사라졌는데 어린 나이에 자만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으며 이를 악물었죠. 그 덕분에 숙제를 마친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원희는 2008년 12월 프로골퍼 김미현(33)과 결혼했다. 스포츠 스타의 결합으로 큰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11월 3일 아들 예성을 얻었다. 부모를 닮았으면 운동 신경을 타고 나지 않았을까.

“돌이 되기도 전에 걸어 다니거나 감각이 뛰어난 걸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커서 본인이 원하면 운동, 특히 저처럼 유도를 시키고 싶어요.”

○ 남자 노하우-여자는 자신감 늘어

유도는 몸이 고된 종목이다. 상대와 몸을 맞대는 순간부터 죽을힘을 다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매트에 눕는다. 태릉선수촌에서도 훈련이 고되기로 유명한 운동을 왜 시키려고 할까.

“고생을 시켜보고 싶어요. 극한의 시간을 이겨내야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질 수 있거든요. 공부만 잘해도 성공하는 삶을 살 수는 있지만 위대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런 도덕성까지 갖춰야 되겠죠.”

이원희는 최근 5주 과정의 ‘아버지 학교’를 수료했다. 매주 토요일 5시간씩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았다.

“자녀 교육은 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제 삶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진정한 교육인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유도가 선전한 이유를 물었다.

“남자 대표팀은 노하우, 여자는 자신감이 늘었어요. 많은 훈련과 국제 대회 경험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남자 대표팀 정훈 감독님이나 여자 대표팀 서정복 감독님이 훈련은 혹독하게 시키지만 전체 운영은 자유롭게 하시거든요. 감독이 믿고 맡기니 선수들이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죠.”

그렇다면 이전 대회에서는 훈련이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선수들이 책임감을 덜 느꼈던 걸까.

○ 팬 관심 요구전에 스타 만들어야

“훈련은 예전에도 많이 했지만 분위기는 달랐던 것 같아요. 요즘 후배들을 보면 처음에는 생각 없어 보일 때가 있어요. 겪어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주위 신경 안 쓰고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거죠. 저도 아직 어리지만 제 때와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여자 유도보다는 덜하지만 남자 유도 역시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때 반짝 뜨는 종목이다. 유도인의 입장에서 아쉽지 않으냐고 물었다. 4년 전 도하에서 기자는 ‘유도 그랜드슬래머’ 이원희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설마 그게 기억이 날리는 없을 텐데 그의 대답은 그때와 같았다.

“관심 가져달라고 해서 관심이 생길까요. 우리가 먼저 스타를 만들고, 이슈화를 시켜 유도의 상품 가치를 높여야죠. 큰 대회에 관심 가져주시는 것만도 감사합니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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