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 컸던 아들 현진이 나를 껴안더라고, 평생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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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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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선발 경기관람 광저우 응원길
베이징올림픽 보다 더 떨리고 긴장
대만전 6이닝 1실점 V 안도의 한숨
경기 후 껴안는데 가슴 찡하더라고

류현진 선수. [스포츠동아 DB]
류현진 선수. [스포츠동아 DB]
‘대한민국 절대 에이스’ 류현진은 13일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6이닝 5안타 1볼넷 4삼진, 1실점의 호투로 기분 좋은 6-1 승리의 주춧돌을 깔았다.

류현진은 “우리로서는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이었다. 긴장을 많이 했고, (추)신수형 덕분에 좀 더 편안하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들 뿐만 아니라 아버지 류재천 씨의 마음도 똑같았다. 아내 박승순 씨와 함께 아오티베이스볼필드를 찾아 아들을 응원한 아버지 류 씨의 말을 통해 1차전을 되돌아본다.

○“베이징 때보다 더 떨려”


류현진은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일군 주역. 아버지 류 씨는 당시에도 현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했다. 류 씨는 대만전에 앞서 “하도 두들겨 맞아 (베이징 때보다) 더 떨리고 걱정된다”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팬들과 언론에서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진 것에 대해 아들 못지 않게 아버지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류 씨는 “해줄 말이 뭐 있어? 마음으로 다 아는데. 괜히 부담감만 더 커지지”라며 광저우 도착 후 아들과 통화도 하지 않았다고 소개한 뒤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시니 정말 잘 해줬으면 좋겠다”며 초조하게 게임 시작을 기다렸다.
아버지 류재천 씨(왼쪽)와 어머니 박승순 씨가 이날 선발 등판한 아들 류현진을 응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아버지 류재천 씨(왼쪽)와 어머니 박승순 씨가 이날 선발 등판한 아들 류현진을 응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신수가 저렇게 쳐 주니 고맙지”

추신수의 연타석 2점포로 4-0으로 앞선 3회. 아버지의 얼굴에선 그제서야 살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추)신수가 저렇게 쳐주니 고맙지. 현진이도 몸도 마음도, 많이 가벼워졌을 거야.” 아들을 키우면서 ‘야구 전문가’가 다 된 아버지는 “1회를 잘 넘기고 나서 회가 거듭될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다. 페넌트레이스 때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잊지 않았다.

○“6회 정말 큰 점수 낸 거야”

5회 2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류현진은 4-0 스코어가 계속되던 6회초 2사 2루에서 린즈셩에게 빗맞은 중전안타를 맞고 결국 1실점을 하고 말았다. 아버지 류 씨의 아쉬움을 털어낸 것은 동료 타자들.

한국 대표팀은 6회 정근우의 적시타와 상대 투수의 폭투에 실책을 보태 2점을 더 뽑아 6-1로 달아났다. 아버지는 “정말 큰 점수 낸 거야”라며 6회 2점이 쐐기점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으니, 흐뭇하지 흐뭇해”라며 아들을 칭찬한 아버지는 “타자들이 펑펑 점수를 내줬으니 이제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덧붙였다.

○“덜컥 나를 껴안더라니까. 평생 처음이야”

엔트리 제출 실수로 7회초 윤석민이 등판했다가 봉중근으로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갑자기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은 무사 1·2루에 몰리고 말았다. 편안하던 아버지 류 씨의 표정에 갑자기 그늘이 진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내야진의 매끄러운 수비와 상대 주루 미스로 무실점으로 넘어갔고, 그제서야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4일, 홍콩전에 앞서 만난 류 씨는 “어제 게임 끝나고 버스 타러가는 현진이를 잠깐 만났는데, 글쎄 그놈이 달려와서 나를 덜컥 껴안더라고. 베이징때는 물론이고 이제까지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는 녀석인데 말이야”라면서 “얼마나 마음 고생이 컸는지, 알 수 있겠더라. 순간 마음이 찡했다”고 했다.

광저우(중국)|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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