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 경기 D-1]감동드라마… 그때 그 명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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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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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조오련… 원조 드림팀 야구…

《“올림픽, 월드컵은 확실한데 나머지 한 개는 포뮬러원(F1) 또는 세계육상선수권이 아닌가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를 꼽는 기준은 다양하다. 참가 선수단 규모, 인기, 경제적 효과까지. 하지만 적어도 한국인들의 감성을 기준으로 하면 아시아경기를 빼놓기 힘들다. 1951년 제1회 인도 뉴델리에서 시작된 아시아경기는 한국이 처음 참가한 1954년 마닐라 대회부터 올림픽, 월드컵 못지않은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아시아경기에 대한 국민들의 열정은 컬러 TV가 보급된 1980년대에 폭발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전 세계에 선포한 원년이 됐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이어진 3회 연속 종합 2위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됐다. 아시아경기는 질곡의 한국 현대사와 스포츠사의 단면이었다. 60여 년 동안 국민의 심금을 울린 아시아경기의 명장면들을 돌아보자.》

○ 아시아의 물개·인어 탄생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 등장하는 대사 “바다거북하고 조오련하고 수영시합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를 1970년대 국민들에게 묻는다면 대다수는 “조오련”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고교 2학년생 조오련은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우승하며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수영에 한 획을 그었고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에서는 2연속 2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아시아의 물개’로 사랑받았던 조오련은 어려웠던 1970년대 희망을 안겨준 한국 수영의 큰 별이었다.

1970년대 한국 수영이 조오련의 시대였다면 1980년대는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주름잡았다. 1982년 뉴델리 대회 3관왕과 1986년 서울 대회 2관왕 최윤희는 원조 얼짱 스타로 부각되며 현재의 김연아급 인기를 누렸다.

○ 스타의 산실 1986년 서울 대회

한국의 역대 최다 금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의 96개. 중국에 단 1개 차로 아쉽게 종합 2위(93개)에 머문 1986년 서울 대회는 내용면에서도 역대 최고 대회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 올림픽을 2년 앞두고 집중된 성공 개최를 향한 국민적 열망은 최고 성적과 함께 아시아경기 최고 스타들을 배출했다.

1986년의 핫이슈는 국민들의 눈물을 쏙 뺀 열일곱 ‘라면 소녀’ 임춘애였다. 2위로 골인했지만 1위 선수의 실격으로 극적으로 여자 육상 8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1500m와 3000m에선 실력으로 우승을 거머쥐며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평소 즐겨먹는 음식이 라면”이라는 말이 “라면만 먹고 뛰었다”고 와전될 정도로 임춘애에 대한 국민들의 연민과 사랑은 대단했다.

1982년에 이어 1986년 서울에서 남자 200m 2연패를 달성한 장재근, 남자 탁구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과 4-4로 맞서던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안재형도 1986년 서울 대회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들이다.

○ 구기 드림팀의 쾌거


단체 구기종목의 쾌거도 아시아경기 역사에서 빠지기 힘들다. 해외파와 프로를 총동원한 원조 야구 드림팀은 1998년 방콕에서 사상 첫 금메달의 기쁨을 선사했다. 특히 경제 위기 속에 국민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결승전에서 완투하며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훈련장이 없어 맨땅에서 훈련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일본을 연거푸 꺾으며 1998년 방콕 대회 7인제와 15인제 우승을 차지한 남자 럭비 대표팀의 투혼도 잊기 힘들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남자 농구 대표팀은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특히 필리핀과의 4강전, 이상민의 버저비터와 결승전에서 연이은 가로채기로 연장 승부를 이끈 김승현의 활약이 있었다. ‘도하 참사’로 기록된 2006년 대회에선 야구, 축구 등 구기 종목의 총체적 부진 속에서 알짜배기 우승을 일군 남자 배구팀의 선전이 빛났다.

1994년 일제 패망의 상징 히로시마에서 일군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의 마라톤 금메달, 수영 3관왕과 2006년 도하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세계 수영계에 이름을 알린 박태환 등 국민들의 뇌리 속에 박힌 아시아경기 스타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광저우에서 펼쳐질 16번째 아시아경기에선 어떤 스타가 탄생할까. 이제 곧 그 비밀의 문이 열린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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