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국제심판’ 고별무대 앞둔 김건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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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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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심판들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한국배구 아직 50점… 외교력 취약”

“시간이 참 빨리 지났어요. 심판을 시작할 때 마음먹었던 것처럼 끝까지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해야죠.”

‘코트의 포청천’ 김건태 심판(55·사진)이 마지막 국제대회에 나선다. 그는 29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을 정년퇴임한다.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그는 오후 10시가 다 돼서야 도쿄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회의하고, 미팅하고, 시험도 봤어요. 성적이 좋지 않으면 경기 배정을 못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더 신경이 쓰이네요.”

김 심판은 국내 유일의 FIVB 심판이다. 세계 약 940명의 국제심판 가운데 FIVB 심판은 그를 포함해 11명뿐이다. 이번 대회에는 모두 25명의 국제심판이 선발됐는데 그중 FIVB 심판은 4명이다.

국가대표 센터로 활약했던 김 심판은 1970년대 중반 오른팔 대동맥이 막히는 희귀병으로 수술을 받았고 한창때인 1978년 은퇴했다. 일반 회사에 다니다 코트를 잊지 못해 1985년 심판으로 복귀했다. 1990년 국제심판 자격증을 땄고 1998년부터 FIVB 심판으로 활동하며 3차례 올림픽과 8차례 세계선수권대회 심판을 맡았다. 월드리그 결승전 주심을 본 것도 4차례나 된다. 주요 국제대회 결승전은 예선전 평가 결과가 좋아야 맡을 수 있다. 선수로 치면 금메달을 여러 개 딴 셈이다.

그는 늘 공부한다. 잠시 방심하면 세계 배구의 조류를 놓치기 때문이다. 키 190cm에 청바지를 입은 코트 밖의 그를 50대 중반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심판이 배가 나오면 안 된다는 신념 때문에 매일 운동한 덕분이다. 팀 관계자들과의 개인적인 만남은 단호히 거절한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좋은 후배 심판들이 많은데 죽기 살기로 노력해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한국 배구의 최대 능력을 100이라고 봤을 때 지금은 50 정도예요. 일본에 비해 외교력과 영향력이 취약한 탓이 커요.”

은퇴를 앞둔 노장은 자신보다 한국 배구를 걱정했다. 그런 그에게 국제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12월 개막하는 V리그에서는 그를 볼 수 있다. 한국배구연맹 심판의 정년은 58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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