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1코리아 그랑프리]한국서 열린 첫 F1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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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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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서킷 9점… 관전 열기 8점… 대회 마케팅 4점

구름 관중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참가한 머신들이 8만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24일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이날 서킷을 찾은 팬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며 한국에서 열리는 첫 F1 대회를 즐겼다. 구름 관중 영암=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구름 관중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참가한 머신들이 8만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24일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이날 서킷을 찾은 팬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며 한국에서 열리는 첫 F1 대회를 즐겼다. 구름 관중 영암=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대회 개최지가 수도인 서울에서 너무 멀고 입장권도 비싸 관람객 수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이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일부 F1 스태프는 숙박시설이 부족해 러브호텔이라고 불리는 사창가에서 묵어야 했다.”(영국 일간지 더선)

자동차 생산 세계 5위의 강국인 대한민국이 당당히 포뮬러원(F1) 개최국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 해외 언론의 우려처럼 미비한 부대시설과 미숙한 대회 운영 등은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 관중 동원은 일단 성공

22∼24일 전남 영암군에서 열린 코리아 그랑프리는 대회 직전까지도 서킷이 완공되지 않고 티켓 판매가 부진해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과연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23일 예선과 24일 결선은 큰 사고 없이 잘 치러졌으며, 예선이 열린 23일에는 6만3000여 명, 결선이 열린 24일에는 8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수치는 다른 F1 신생 서킷들에서 첫 대회 결승전에 관람객이 5만 명가량 왔던 것을 감안하면 ‘대박’이나 다름없다는 게 대회조직위 측의 설명. 오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1만6000석 규모인 메인 그랜드스탠드는 가득 찼으며, 외곽 가설 스탠드에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레이스가 연출돼 흥미진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TV 중계로 이번 경기를 지켜본 해외 팬들에게도 코리아 그랑프리가 강하게 인식된 셈이다.

전남도와 대회조직위 측은 이번 대회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최소한 수천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F1 경주장 건설 파급효과에 대해 생산유발 효과 6659억 원, 고용유발 효과 3602명이라고 분석했으며, 국민체육진흥공단은 F1 대회가 열리는 향후 7년간 1조8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남의 작은 소도시 영암의 지역 경제 활성화가 탄력을 받게 된 것도 성과다.

○ F1 관심-인기 지속 여부가 관건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매년 대회를 개최해 가면서 해결해나갈 수 있다. 정작 우려되는 것은 한국에서 얼마나 F1의 인기가 지속되고, 연관 산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이다.

대회 기간 사흘 동안 17만 명에 가까운 관중이 찾아와 외형적인 성공은 거뒀다. 하지만 이들 중 유료 관중이 과연 얼마나 됐을지는 의문이다. 인터넷 장터에는 3분의 1 가격밖에 안 되는 표가 제법 흘러나왔고, 70만 원에 이르는 결승전 최고 좌석 표가 이날 경기장 입구에서 7만 원에 암표로 팔리는 장면도 목격했다. 첫 F1 대회에 대한 호기심에다 공짜 표, 할인 표가 생겨 찾아온 관중을 내년부터 유료관객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모터스포츠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국민들의 흥미를 유지해 줄 국내 모터스포츠의 활성화도 문제다. 레이싱 팀들의 재정상태는 열악하고, 제대로 대우를 받는 프로 레이서는 몇 명 안 된다.

한국에서 모터스포츠가 성공하기 위해선 스타 탄생이 필요하다. 모터스포츠에도 김연아 박태환 박지성 선수 같은 세계 최고의 스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현실은 척박하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카트를 타며 F3, GP2, F1으로 단계별 성장을 해야 하지만 국내 유소년 카트 선수는 아직 수십 명에 불과하다. 실력이 있다 해도 F3 이상 진출하려면 매년 수억 원의 지원이 필요한데 선뜻 손을 내미는 기업도 없다.

이런 요건들이 충족돼야만 한국 F1이 동네잔치나 F1매니지먼트(FOM)의 배만 불려주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모터스포츠산업과 관광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이번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경기장 건설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영암=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F1 코리아 그랑프리 예선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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