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위원이 본 독일 축구의 강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4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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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센세이셔널하네요."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8강전이 열린 4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 독일이 4-0 완승을 거둔 뒤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차범근 SBS해설위원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날 아들인 차두리(셀틱)와 함께 해설을 진행한 차 위원은 취재진에게 "독일 축구가 정말 놀랍지 않냐"며 독일 축구의 발전을 칭찬했다.

10년간 독일에서 활동한 차 위원은 "4-0이라는 점수는 독일이 약팀과 경기했을 때 나올 만한 결과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것은 너무 놀랍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랫동안 독일 축구를 봐왔는데 독일이 기술적으로 뛰어났다고 할 수 있는 때가 1974년과 1990년 월드컵 정도다. 그 외는 심심한 수비 축구를 했다"며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다시 기술 축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를 압도했던 원인은 '전원 수비-전원 공격'이었다. 차 위원은 "독일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기동력에서 아르헨티나를 눌렀고 미드필드 수 싸움에서도 우월했다. 월드컵 같이 큰 대회에서는 수비가 공격을 하고 공격이 수비를 하는 팀이 이긴다. 독일이 그랬다"고 평가했다.

독일 축구가 달라진 원인에 대해 '이민 선수들의 포용 및 발전'을 꼽았다. 차 위원은 "예전에는 모두 순수 독일 혈통 선수들만 경기에 나섰다. 이제는 이민 2세들이 대표팀에 들어오면서 팀 컬러를 바꿔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게르만 순혈주의를 강조했던 독일 축구는 2000년대 이후 이민세대 선수들에 의해 변화를 맞았다. 이번 월드컵에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다. 폴란드 출신 미로슬라프 클로제, 루카스 포돌스키와 브라질의 카카우, 가나의 제롬 보아텡, 튀니지의 자미 케디라, 터키의 메주트 외칠 등이 독일 국기를 가슴에 단 채 뛰고 있다.

대패를 당한 아르헨티나에 대해 차 위원은 "독일 수비수가 덩치가 크고 스피드가 약간 떨어져 아르헨티나의 개인기가 통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운동량에서 월등한 차이가 났다. 카르로스 테베스 외에는 공격 뒤 수비 가담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이번 월드컵 우승 확률은 얼마나 될까? 차 위원은 "지금으로선 독일의 젊은 선수들의 사기를 꺾기는 어려워 보인다. 독일이 오늘 같은 경기를 펼친다면 충분히 우승이 가능하다"고 웃었다.

케이프타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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