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잘 싸웠다'…아쉬움속 격려의 박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7일 0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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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6일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벌인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1-2로 석패하자 전국이 아쉬운 탄식으로 흠뻑 젖었다.

경기 내내 거리에는 장맛비가 쉴 새 없이 쏟아졌지만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은 몸이 젖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승리의 염원이 담긴 응원가와 응원구호를 저 멀리 남아공으로 끊임없이 날려 보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차분하게 응원을 펼치던 시민들은 이청용의 동점골에 일제히 열광했지만 경기 막판 상대에게 결승골을 내주자 아쉬움 속에 탄식을 쏟아냈다.

아쉬움이 남는 한판이었지만 시민들은 원정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의 대업을 이룬 것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한 태극전사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전국서 92만 명 빗속 '대¤한민국'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서울 전역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거리는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붉은 물결로 가득했다.

전국의 219곳에서 91만7200명(경찰 추산)이 거리로 몰려나와 2002년의 '4강 신화'를 다시 일궈내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새로운 응원 명소로 떠오른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는 양방향 14개 차로가 모두 통제된 가운데 8만명이 운집했고, 연예인들의 사전 공연으로 열기가 고조된 한강공원 반포지구에도 역시 8만명이 모여 쉴 새 없이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대표적인 거리응원 장소인 서울광장에도 6만5000명이 몰려 주변 태평로와 프라자호텔 앞 도로를 모두 채우는 등 서울에만 17곳에 38만5800명이 운집해 뜨거운 응원 열기를 뿜어냈다.

응원 함성은 서울 이외 지역에서도 뜨거웠다. 인천 문학경기장 4만5000명, 광주 월드컵경기장 3만5000명,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2만5000명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 202곳에 53만1400명이 운집해 우리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의 함성과 아쉬움의 탄성을 번갈아 내질렀다.

12일 그리스전에 이어 또다시 비가 내린 가운데 진행된 응원전에서 시민들은 우산을 펼치거나 우의를 입으며 수중 응원전을 펼쳤다.

일부는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거나 주변 플래카드를 머리 위에 올리고 비를 피했으며, 아예 윗옷을 벗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목청껏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선제골 허용에 '아¤'…후반 역전골에 '와¤'=비록 1-2로 졌지만 우리나라 전역은 경기 내내 태극전사의 발끝을 응시하며 승리를 바라는 함성을 끊임없이 토해냈다.

경기 초반 프리킥 찬스에서 박주영이 찬 볼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자 손에 땀을 쥐고 골을 바라던 시민들은 일제히 아쉬워했고, 곧이어 상대의 선제골이 나오자 응원장은 잠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남아공 그라운드를 쉬지 않고 뛰는 태극전사와 마찬가지로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기회 때마다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거나 '골'을 연호하며 더욱 열정적으로 응원을 펼쳤다.

특히 이청용의 만회골이 터져 나오자 거리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모든 시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의를 벗고 대형 태극기를 머리 위로 흔들며 거리를 내달리는 시민도 있었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에 관계없이 부둥켜안고 입맞춤을 하는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한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간 끝에 승리한 기억을 되살리며 이대로 가다가는 그때와 같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점쳤지만 경기 막판 상대의 결승골이 나오자 실망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수를 치던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좌절하기도 했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스크린만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일부 여성 팬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일궈낸 태극전사를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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