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난코스로” vs IAAF “평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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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7시 00분


대구육상 마라톤코스 이견팽팽

<조직위가 발표한 ‘루프 코스’ 경사구간>
<조직위가 발표한 ‘루프 코스’ 경사구간>
조직위 “속도 보다 순위경쟁” 경사코스 많은 수정안 제시

IAAF “기록좋아야 흥행 도움” 평탄한 구간으로 변경 요구

‘홈 어드밴티지냐, 글로벌 스탠더드냐.’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기술실사단이 3일 대구를 찾았다. 5명의 실사단은 3일 마라톤·경보 코스를 둘러보고, 4일에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조직위원회(조직위) 관계자들과 대회 준비 등을 논의했다.

○황영조 기술위원장 ‘스피드 경쟁에서는 승산 없다. 최대한 난코스로!’


한국 육상이 그나마 세계 수준과 근거리에 있는 종목은 남자 마라톤. 대한육상경기연맹 황영조(40·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스피드 위주의 경쟁에서는 백전백패”라면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많이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는 유리하다”는 의견을 조직위측에 전달해왔다. 2시간 4∼6분대 기록 경쟁보다는 순위 경쟁을 펼치겠다는 뜻. 출발시각도 되도록이면 낮 시간에 가까울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조직위는 2009년 12월 대구세계선수권 마라톤에 사용할 ‘변형 루프(Loop) 코스’를 내놓은 바 있다. 루프 코스란 같은 구간을 반복해 돌아 42.195km를 뛰는 것으로, 2009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관중이 제자리에서 여러 차례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관전의 집중도가 높아진다. IAAF는 흥행을 위해 ‘루프 코스’를 반영해줄 것을 조직위측에 요청해왔다.

조직위는 지난 연말 이 요구를 받아들인 코스를 발표한 데 이어 3일 IAAF 기술실사단에게는 또 다른 수정안을 보여줬다. 국채보상공원을 출발해 수성 못을 돌아 다시 국채보상공원까지 15.195km를 뛴 뒤 동대구역 무역회관 신축공사장에서 국채보상공원까지 9km를 3번 반복해서 도는 코스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수정안에는 IAAF측의 루프 코스 요구뿐만 아니라 황영조 기술위원장의 의견까지 최대한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IAAF ‘세계마라톤은 스피드 시대, 평탄한 구간으로 바꿔 달라’

그러나 IAAF는 루프 코스에 이어 평탄한 코스를 주장하고 나섰다.

3일 IAAF 실사단은 국채보상공원과 MBC 네거리 사이와 MBC 네거리와 무역회관 신축공사장 사이에 있는 오르막을 평탄한 구간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세계마라톤이 스피드 경쟁 시대에 접어든 만큼 좋은 기록이 많이 나와야 그만큼 흥행 면에서도 도움이 되리란 의견이다.

조직위측도 “국제적 추세 때문에 무조건 홈 이점만을 고집할 수만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미 출발시각은 오전 9시로 의견 접근을 본 상황.

문동후 부위원장은 “일단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전달했다”면서 “IAAF 기술이사 중 1명은 다음주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세계선수권의 마라톤 코스는 3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IAAF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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