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돈 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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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7시 00분


적절한 보상이 주는 내적 동기유발선수 수행능력 배가시키는 최적의 방법목표달성에 대한 칭찬 자발적 동기 강화지나친 물질적 상은 통제 수단으로 인식침체기 겪은 박태환 내적 동기회복 중요

상이라고 다 상은 아니다.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고, 명확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상을 줘야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피겨 김연아(큰 사진)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수영의 박태환. 스포츠동아 DB
상이라고 다 상은 아니다.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고, 명확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상을 줘야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피겨 김연아(큰 사진)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수영의 박태환. 스포츠동아 DB
피겨의 김연아가 다가오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우승을 위해 연습에 매진하는 것이나 수영의 박태환이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열심히 훈련하는 것, 학생들이 시험에 대비해 정성을 다해 공부하는 것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들 모두는 심리학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성취 상황들이다.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면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 또한 공통된 사항이다. 보상은 성취동기를 유발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번 주 ‘스포츠& 사이언스’에서는 적절한 상이 주는 내적 동기 유발에 대해 알아본다.

성취 상황, 성취 동기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들은 스포츠 경기, 학교 시험들에 관해 여러 함의들을 제시해준다.

스포츠 경기, 학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요인의 하나가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하려 하는 것, 즉 ‘내적 동기’다.

이는 일반인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내적 동기는 성취의 정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의 하나다. 스포츠 현장의 지도자나 학생의 부모가 선수 혹은 학생의 내적 동기 유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부문 중 하나가 적절하게 상을 사용하는 일이다.

달리 시키지도 않았는데 당사자 스스로가 열심히 공부하거나 자발적으로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은 어른들을 기분 좋게 한다. 이에 어른들이 당사자에게 용돈 등 상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이 상이 당사자의 내적 동기를 강화시켜줄까, 아니면 약화시킬까.

○상은 약인가 독인가

과거에는 상이 당사자의 내적 동기를 당연히 강화시키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 관련 연구 결과들에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보고들이 제시되면서 이에 관한 연구가 불붙었다.

심리학의 인지평가이론(Cognitive Evaluation Theory)은 이를 설명한다. 조금 딱딱하지만, 상이 갖고 있는 2개(정보적, 통제적)의 주요 측면 중 어느 쪽이 강하느냐에 따라 당사자의 내적 동기의 핵심을 이루는 2가지 측면(능력감, 자기통제감)의 만족도를 상승시키거나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내적 동기 상승 혹은 저하의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즉, 상이 당사자의 능력이 높다는 정보를 주는 측면이 강하면 자신의 능력감, 혹은 자신에게 높은 능력이 있음을 남에게 보였다는 감을 만족시켜 내적 동기가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그 상으로 사람을 통제한다는 느낌이 강하면, 즉 당사자가 그런 상에 의해 조종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면, 자신의 자기통제감에 손상이 와 결국 내적 동기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정보적 측면이 강한 상, 통제적 측면이 약한 상을 사용해야 자발적인 동기 강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상을 주는 방법

그렇다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수 혹은 학생들에게 상을 주면 좋을까. 많은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제시하는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상을 준다. 그 사람의 목표 달성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데 포상의 주안점을 둔다. 명확하게 설정된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은 당사자의 능력이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졌다는 것은 당사자의 내적동기 유발에 아주 큰 긍정적 영향을 준다.

둘째, 상이 물질적으로 너무 크거나 그것으로 당사자를 조종한다는 인상을 주는 상은 피한다. 상으로 당사자들을 조종한다는 느낌을 주면 이것이 ‘남의 통제를 받는 것이 아니다, 내 일은 내가 결정한다’는 자신의 느낌에 손상을 가져와 결국 내적 동기가 낮아지게 된다.

상은 그것을 받는 사람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측면이 강조된, 보다 상징적인 것을 사용하는 것일수록 부작용이 적다.

셋째, 보상이 되는 말, 칭찬이 되는 말을 자주한다. 말로서 칭찬하는 것은 받는 사람의 능력 있음을 인정해 주는 효과는 강한 반면, 자신의 일을 자신이 결정한다는 느낌에 주는 손상은 작은 편이다. 당사자들의 수행이나 능력 향상에 늘 주의를 기울이고 바람직한 변화가 있을 때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넷째, 당사자가 자발적인 흥미를 보이지 않는 새로운 과제에는 신중하게 선택한 상을 사용한다. 그 뒤 과제에 스스로의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상을 서서히 없애간다. 당사자가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 일에는 상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상과 관계없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며 하는 운동, 공부가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것임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스포츠 사에 큰 획을 그은 국가대표 선수들 거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스스로 하려 하는 자발적 동기가 아주 강했다는 것이다. 한 번의 침체를 겪은 수영 박태환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없지 않은데,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부문은 당사자의 강력한 내적 동기 회복이다. 내적 동기가 처음처럼, 혹은 그 보다 더 강화되도록 이를 방해하는 주위의 장애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

김용승 KISS 책임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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