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의 소원 “잠실서 새봄 맞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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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시즌 개막전 황금사자기 대회 등
꿈나무들도 시설 좋은 구장서 뛸 수 있어야

1982년 7월 15일 잠실야구장이 문을 열었다. 3만5000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처음 잠실벌을 밟은 주인공은 고교 선수들이었다. 개장 기념 우수고교 경기에 경북, 군산상, 북일, 부산고(우승)가 출전했다. 경북고 류중일은 17일 부산고와의 결승전에서 6회 홈런을 터뜨렸다. 잠실구장 1호 홈런이었다. 잠실구장은 이듬해부터 프로야구 전용구장이 됐다.

동대문구장이 있었던 덕분에 고교야구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동대문구장은 2007년 12월 역사 뒤로 사라졌다. 이를 대체하기로 한 구로구 고척동 돔구장은 2010년에서 2011년 말로 완공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고교야구는 대회 장소를 확보하는 게 가장 큰 일이 됐다.

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열악한 인프라는 변한 게 없다. 축구는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축구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나 대한야구협회는 야구장 건립에 대해 논의만 무성했지 결과물은 없었다.

오사카를 연고로 한 일본 프로야구 한신은 요미우리 못지않은 열성 팬을 가진 인기 구단이다. 1935년 창단해 1924년 완공된 고시엔구장을 홈으로 쓴다. 이 구장의 소유주이지만 고시엔 대회가 열릴 때는 고교야구에 무료로 안방을 내준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 한 달 가까이 ‘지옥의 원정’을 떠난다. 최근에는 교세라돔을 대관 방식으로 빌려 써 원정기간이 줄었지만 이전에도 한신이 고교야구를 탓한 적은 없다. 되레 미래의 야구를 짊어질 주인공들을 배려하는 게 일본 야구의 정신임을 강조했다. 덕분에 일본 고교 선수들은 꿈에 그리던 고시엔구장의 검은 흙을 밟을 수 있다.

고교야구 시즌 개막 대회인 황금사자기 전국대회가 내년에도 3월에 열린다. 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전에 일정을 마치려면 선수들은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이들에게 잠실을 허락할 수는 없을까. 시범경기 기간(3월 6∼21일 예정)이나 이후 경기가 없는 개막일(3월 27일 예정) 전까지 대회를 마친다면 정규시즌 일정에도 지장이 없다. 물론 두산이나 LG로서는 시범 홈경기 일정을 조정해야 하고 연습 장소를 찾아야 하는 등 불편이 따른다. 그러나 수도권 인근 구단들과 협조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8강전 이후에만 잠실구장을 내줘도 고교 선수들은 꿈의 무대를 미리 밟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동명대 전용배 교수(체육학)는 “고교야구는 그 자체로 문화적 의미가 있는데 프로 구단들이 너무 무관심하다”며 “야구 전체 발전을 위해 어른들이 고교야구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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