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골프단 창단 붐…남저여고 이상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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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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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보시오!” 금값 러브콜…“男?다르지 않네”시큰둥

 
국내 골프계에 ‘남저여고’(男低女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골프계에서는 선수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후원사와 계약이 종료된 선수들이 새 둥지를 찾아 이동을 시작했다. 게다가 호황이다. 너도나도 골프단을 창단하겠다는 기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현재 골프구단을 운영중인 곳은 하이마트, 토마토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김영주골프, 엘르골프 등 10여 곳에 달한다.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내년부터 골프구단 창단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3∼4곳에 이르고 있다.

○기업들 女 선호…몸값 껑충

특이한 것은 대부분 여자 골프단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 이러다보니 여자선수들의 몸값은 가만히 있어도 상승하고, 남자선수는 후원사가 없어 고민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자선수 중에는 올해 계약이 끝난 스타들이 많다. 김하늘(19)을 비롯해, 홍란(23), 안신애(19), 윤채영(21), 이정은(21), 최혜용(19) 등이 가장 주목받는 스타다. 지난 주말 끝난 시드전에서 상위로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들도 영입 대상이다. 표수정(20)과 2부투어 상금왕 출신의 조윤지(19) 등은 벌써 후원사와 계약을 맺었다.

여자골프단 창단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비씨카드, 에쓰오일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다. 정작 이름이 거론된 기업에서는 창단 계획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듬직한 기업에서 골프단을 창단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수들은 여유가 생겼다. 과거 같았으면 성적이 나지 않을 선수의 경우 후원사를 잡는 게 쉽지 않았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몸값도 크게 뛰었다. 2년 전 모 의류업체와 1억원에 2년간 계약했던 A선수는 올해 1년 기준 1억5000만원을 부르고 있다. 2년 새 3배 가까이 뛰었다.

○신인도 금값 “기본 5천만원”

신인들의 몸값도 금값이다. 5000만원을 받아야겠다는 게 일반적인 조건이다. 과거엔 골프용품과 의류만 지원해줘도 만족해했다.

골프단 창단은 아니지만 골프마케팅에서 발을 뺐던 기업들도 다시 골프마케팅을 시작했다. 한솔 등은 선수영입을 마치고 조용히 골프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몸값의 기준은 뚜렷하게 없다. 프로야구나 축구처럼 연봉 개념이 아니어서 기업이 선수의 실력과 스타성에 맞춰 알아서 주면 그만이다.아쉬운 점은 기업간의 경쟁으로 실력 이상의 몸값을 책정해 줌으로 선수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과거처럼 거품논란을 일으켜 선수들의 배만 불리는 인상이 강하다.

남자프로골프단을 운영 중인 토마토저축은행은 최근 여자골프단의 창단 계획을 백지화했다. 남자선수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주된 이유다. K선수와 접촉을 시도했는데 무려 2억 원이나 달라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업들의 골프단 창단 소식에 울상을 짓는 곳이 또 있다. 그동안 선수들을 지원하며 기대이상의 홍보와 마케팅 효과를 봐온 골프용품업체다. 중소 골프용품업체들이 대기업처럼 수억 원씩의 몸값까지 주면서 후원하기란 쉽지 않다. 몇몇 업체에선 내년도 유망 선수들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폭등한 몸값에 지원을 포기했다.

○男 후원 없어 ‘단벌신사 골퍼’도

여자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남자선수들은 후원사가 없어 고민이다. 박상현(26), 류현우(28), 이기상(23) 등은 우승과 함께 새롭게 떠오른 스타다. 그러나 여자선수들과 달리 러브콜이 없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남자선수들 중에는 옷이 부족해 대회 때마다 똑같은 옷을 번갈아 입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여자투어보다 남자투어의 인기가 높다. 시장 규모도 3∼5배 이상 차이난다. 유독 국내에서는 여자선수들이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인기가 높아진 덕이다.

KLPGA 투어의 경우 매년 새로운 스타들이 발굴되고 있다. 선수들도 스타성을 부각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KPGA 투어는 몇 년째 스타기근에 허덕이고 있다. 해외로 발을 돌린 스타를 대체할 새 얼굴이 부족하다. 골프계의 ‘남저여고’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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