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 춘하추동] 리틀구장 철거, 어린이의 꿈도 사라진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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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있어도 스포츠문화가 없는 나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정을 보면 이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 스포츠의 요람이었던 동대문운동장을 헐어버리고 패션타운으로 확 바꿔버리더니 이번엔 장충리틀야구장을 부숴버리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남산 제 모습 찾기를 한다고 한다.

장충리틀야구장은 1970년 당시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날 기념으로 조성해준 유소년야구장이다.

한국의 야구가 세계정상에 오르고 프로야구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이 조그만 어린이 야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를 거쳐 가지 않은 프로야구선수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남산을 복원한다는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국대, 국립극장 등 큰 덩어리는 놔두고 코딱지만한 어린이 야구장을 없앤다는 소리는 선거표와 무관해서인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의미는 놔두고 현재 외국인이 많이 투숙하는 신라호텔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나이트게임)이 컴컴한 나무숲보다 훨씬 아름다고 인상적이라는 평을 외국인들에게 받고 있다.

또한 서울시내 관광코스로 투어 버스가 시간마다 지나가는 길목이라 눈길이 모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돔구장 건설에 들뜬 프로야구와는 달리 철거 소식에 상심한 어린이 선수들과 학부모들의 낙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이 조그만 야구장을 나누어 쓰던 여자야구, 그리고 소프트볼도 보통 걱정이 아니다. 서울시는 대체구장을 마련해 준다는 말은 하지만 동대문야구장 철거시 조성해준 간이 야구장을 보면 전시행정을 위해 우선 서울외곽으로 쫓아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나마 간이 야구장도 사용료가 비싼데다 관할관청의 무분별한 대여로 어린이야구, 여자야구,소프트볼 대회를 치르기가 쉽지않다.

이뿐만 아니라 야구장으로 부적합한 유수지에다 만든 잠실 유소년 야구장은 비만 오면 악취가 진동한다. 그 외 성인용 간이 야구장도 시설미비로 대회를 치르기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야구를 좋아하는 수천 개의 동호인 야구팀이 구장이 없어 주말이면 구장확보에 난리굿을 치르고 있는 현실이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들 모두가 딴 나라에서 온 국민인가? 세금 꼬박꼬박 내는 시민들에게 서울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철거 보상으로 대체 야구장을 서울외곽이나 유수지에 지어준다고 생색낼 일이 아니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나무만 있는 공원이 아니다. 일본 도쿄의 우에노공원도 마찬가지다. 나무숲속만 거닌다고 건강해지고, 스포츠 시설은 보기에도 나쁘고 건강을 해치는 것들인가? 서울시는 시민들의 체육 활동을 위한 공간과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또 얼마나 필요한지 세계 도심의 유명공원을 두루 살펴보지 않고는 머리말의 불명예를 벗기 힘들 것이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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