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의 역할은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프로가 하지 못하는 코스 탐색이다. 골프장의 지형지물과 공략지점, 그린의 경사와 빠르기 등을 미리 살펴 프로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프로들은 이 정보를 갖고 플레이를 펼친다.
경기에 필요한 요소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도움도 준다. 2007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타이거 우즈가 우승한 뒤 스티브 윌리엄스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던 장면을 보고 캐디의 또 다른 역할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우승 경험이 많은 캐디의 경우 모시기 경쟁이 펼쳐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당연히 몸값도 부르는 게 값이다.
지난 주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나연은 비제이 싱의 캐디를 했던 폴 푸스코와 호흡을 맞춘 지 4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 만큼 캐디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27일 횡성 오스타 골프장에서 열린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에서 만큼은 캐디가 애물단지였다.
오스타 골프장은 전장이 7275야드다. 엄청 길다. 코스 간 이동 거리도 긴 편이고, 전반 9홀은 거의 대부분이 오르막 경사로 되어 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움직이는 캐디를 하기에 최악의 조건이다.
그러다 보니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캐디들이 험난한 코스에 제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몸이 힘들면 만사가 귀찮은 법이다.
본연의 임무는 포기한 채 프로들의 짐으로 전락한 캐디가 속출했다.
4일간 캐디를 했던 K 씨는 “코스가 너무 까다로워 힘이 두 배는 더 든 것 같다. 얼마나 걸었는지 발뒤꿈치가 아파 3라운드부터는 파스를 뿌리면서 겨우 끝냈다”고 한숨을 쉬었다.
4일 동안을 걸었으니 적어도 25Km는 걸은 셈이다.
K 씨뿐만 아니다. 심지어 어떤 캐디는 1라운드 9홀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아우성쳐 프로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다행히 대타를 구해 2라운드부터 다른 캐디로 교체해 라운드를 마쳤다.
대회 중 캐디 교체는 라운드가 끝난 뒤에만 가능하다. 라운드 중 캐디를 교체하기 위해선 경기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상을 당했거나, 몸이 아파 걷지 못하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까다로운 코스로 선수들을 괴롭혀온 오스타 골프장에 ‘캐디들의 무덤’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생겼다.
횡성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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