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뻐서… 너무 아쉬워서… 한국 양궁의 날 그들은 울었다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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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5연패8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 리커브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2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딴 임동현 오진혁 이창환(왼쪽부터)이 검지를 치켜세우며 웃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단체전 5연패
8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 리커브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2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딴 임동현 오진혁 이창환(왼쪽부터)이 검지를 치켜세우며 웃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단체전 4연패리커브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일본을 가볍게 꺾고 정상에 오른 윤옥희 곽예지 주현정(왼쪽부터)이 손을 맞잡으며 기뻐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단체전 4연패
리커브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일본을 가볍게 꺾고 정상에 오른 윤옥희 곽예지 주현정(왼쪽부터)이 손을 맞잡으며 기뻐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너무 기뻐서… 너무 아쉬워서… 한국 양궁의 날 그들은 울었다
남녀 리커브 동반 金… 첫 출전 女콤파운드는 실책나와 시간쫓겨 銀

《온통 ‘눈물바다’였다.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8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 동반 금메달을 따낸 남녀 리커브 대표팀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첫 세계대회 출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수확한 여자 콤파운드 대표팀은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 눈물 하나. 오진혁의 눈물

프랑스와의 남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 오진혁(농수산홈쇼핑)과 이창환(두산중공업), 임동현(청주시청)이 팀을 이룬 한국은 마지막 4엔드 첫 3발까지 192 대 193으로 1점을 뒤졌다. 이제 각자 1발씩만 남은 상황. 프랑스 선수 3명은 모두 9점을 쐈다. 여기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임동현이 10점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이창환은 중계 카메라가 설치된 퍼펙트 골드를 명중시켰다. 9점이면 역전이 가능한 상황. 오진혁은 마지막 화살을 과녁의 정중앙에 꽂으며 세계선수권 단체전 5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맏형 오진혁은 기자회견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오진혁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비운의 선수. 그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8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이후 처음이다. 늦깎이로 다시 태극마크를 단 그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풀이라도 하듯 그는 예선전에서도 3개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 눈물 둘. 곽예지의 눈물

여자 리커브 결승전은 싱겁게 끝났다. 주현정(현대모비스)과 윤옥희(예천군청), 곽예지(대전체고)로 구성된 한국은 결승전에서 일본을 224-209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단체전 4연패.

경기 후 막내 곽예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선배 선수들은 “막내라서 우는 거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소녀 신궁’으로 불리면서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을 가졌던 17세 소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곽예지는 “막상 단체전이 끝나니까 서운하기도 하고 너무 좋기도 하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생일을 맞은 곽예지는 금메달이라는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셈이 됐다.

○ 눈물 셋. 석지현의 눈물

대학과 실업 등록 선수를 모두 합쳐도 18명. 서정희(청원군청)와 권오향(울산 남구청), 석지현(한국체대)으로 구성된 여자 콤파운드 대표팀은 결승전에 오른 것 자체가 이변이었다. 결승전에서는 세계 최강 러시아를 상대로 2엔드까지 113-105로 크게 앞서 기적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3엔드에서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서정희가 6점을 쏜 뒤 사선을 벗어나기 전에 두 번째 선수인 석지현이 사선에 들어서면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석지현은 화살을 화살통에 넣고 사선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규정을 또 어기며 20여 초를 허비했다. 이 때문에 마지막 선수로 나선 권오향은 시간에 쫓겨 조준을 하지 못한 채 화살을 날렸고, 화살은 과녁을 벗어나면서 0점 처리됐다. 209-215의 아쉬운 역전패. 석지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까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신현종 감독은 “이렇게 적은 선수로 이 정도 결과를 낸 걸 보면 콤파운드도 곧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다. 다음에는 꼭 웃겠다”고 말했다.

울산=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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