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대표팀에서 안재형을 지도했던 삼성생명 강문수 감독은 "탁구와 골프 모두 연습량이 생명이다. 안재형은 선수 때 누구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칭찬했다. 핸디캡 6인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은 "하체를 고정하고 다리-복근-어깨로 연결되는 탁구 스윙이 골프와 흡사한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포츠 세계에는 골프와 쉽게 친숙해지는 종목이나 포지션이 눈에 띈다. 섬세한 손 감각과 바람이 불면 일부러 오조준을 해야 하는 양궁을 한 궁사 출신들이 골프채를 잡으면 어프로치와 퍼팅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야구에는 투수 중에 골프 고수가 많다. 선동렬 삼성 감독과 한화 송진우, 유백만 전 삼성 코치 등은 야구인 골프 모임에서 심심치 않게 우승을 한다. 베스트스코어가 66타인 선동렬 감독은 "투수들은 대개 고교 때까지만 타석에 들어선다. 방망이로 공을 잘 다룰 줄 아는 데다 야구와 골프 스윙의 차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운드에서의 집중력은 골프를 칠때도 많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07년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가 보도한 '스포츠 스타의 골프 핸디캡'이란 기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투수였던 릭 로든이 '+2.5(파 72인 코스에서 평균 69.5타를 친다는 의미)'로 1위에 올랐다. 20위 이내의 야구 선수 6명 중에는 존 스몰츠(+0.2·16위) 등 투수가 3명이었다. +0.7로 14위인 거포 마크 맥과이어도 대학 입학 당시에는 투수였다.
농구 선수중에는 대개 슈터나 가드들의 골프 실력이 뛰어난 데 섬세한 쇼트게임으로 스코어를 줄인 덕분이다. 명슈터였던 김영기 전 한국농구연맹 총재, 이충희 고려대 감독, 전창진 KT 감독과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 등이 스코어카드에 '7'자를 자주 그린다. 골프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농구황제'마이클 조든의 핸디캡은 1.2이다. 하지만 키가 2m 안팎인 센터들은 클럽을 따로 맞춰야 하는 핸디캡까지 있어 골프 입문을 망설이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들은 골프를 해도 끝을 본다'는 얘기가 있다. 자존심이 걸려 있고 주위의 이목도 집중되므로 그만큼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