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투수? 특별한 느낌 없어…어떤 역할 맡든 내년에도 최선”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송진우 은퇴로 최고참 투수 된 한화 구대성

젊은 투수들 너무 몸 사려
투구수 제한보다 체력키워야
류현진은 진화 능력 탁월
따로 가르칠게 없는 선수

21년 선수생활을 마감한 송진우(43)는 최근 은퇴 기자회견에서 “울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1999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역전을 허용한 뒤 9회 댄 로마이어의 3루타와 장종훈의 희생플라이로 재역전했을 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함께 울었다고 했다. 200승, 3000이닝을 달성했을 때도 눈물이 없었던 송진우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눈물을 흘린 기억이다.

그러나 그때조차 울지 않고 일어나 몸을 풀었던 선수가 있다. 구대성(40)이다. 당시 관중석에서 구대성을 지켜본 팬의 증언에 따르면 연습투구인데도 시속 150km는 될 듯한 직구를 던져댔다고 한다. 구대성은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한화의 창단 첫 우승을 일궜다. 그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 모두 등판해 1승 1패 3세이브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로 뽑혔다.

송진우의 눈물을 우승의 감동으로 승화시킨 구대성. 그는 송진우의 은퇴로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됐다. 8개 구단을 통틀어 가득염(SK·40)과 함께 최고령 투수이기도 하다.

23일 목동야구장에서 만난 구대성은 송진우의 은퇴에 대해 “훌륭한 선수였고 잘되길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최고령 투수가 된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느낌은 없다. 아프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무심한 듯하다.

이게 구대성이다. 그는 송진우와는 달리 울어본 기억이 없다. 언제나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공 2개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절묘하게 걸치게 하거나 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코스에 꽂아 넣어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곤 했다. 위기 상황일수록 표정 변화 없는 그의 배짱 투구는 빛났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도 삼성 시절 그의 무심투 앞에서 속수무책일 때가 많았다. 그는 철완이었다. 5회면 몸을 풀었다. 6회에 마운드에 올라 50∼60개씩 공을 던져도 다음 날 또 마운드에 섰다.

구대성과 송진우. 혹사 논란이 많았던 대표적인 투수들이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최고령 투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 구대성은 “요즘 젊은 선수들은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다”는 송진우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선발투수가 투구 수 100개까지만 정해놓고 던진다고 해서 선수생활을 길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철저한 자기 관리로 오래 던질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도 후배 류현진(22)에 대해서는 “가르칠 게 없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구대성은 송진우에게서 배운 서클 체인지업을 류현진에게 전수했다.

구대성의 마음은 요즘 가볍지 않다. 프로 데뷔 후 처음 팀이 꼴찌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덤덤하다. 그는 “꼴찌를 해봐야 1등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내년에도 무슨 역할이든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성은 선배 송진우가 그랬듯 아직 끝을 정해놓지 않았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화보]한화 구대성 “‘불혹’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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