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 MLB 수다] MLB의 사회공헌 마케팅 전략

  • 입력 2009년 8월 1일 08시 25분


2003년 시즌 후반기의 일이다. 뉴욕 메츠 지역관리팀 보조요원중 한명이 서재응을 찾아왔다. 뉴욕의 한 병원에 입원중인 한국어린이의 부모한테 연락이 왔는데, 오랫 동안 암투병 중인 아들 A군이 병원에서 서재응의 경기를 꼭 챙겨보는 만큼 바쁘겠지만 한번 찾아준다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부탁이었다.

서재응은 그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스케줄을 잡았고 결국 나와 둘이서 맨하탄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메츠의 모든 선수들 사인이 담긴 배트와 유니폼을 들고서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날 따라 A군은 전혀 의식이 없이 그저 침대에 누워있을 뿐이었고, 대신 옆에서 간호하던 어머니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늘 밝고 긍정적인 모습에 파이팅이 넘치는 서재응이었지만 그날 만큼은 아주 무거운 모습이었다.

MLB도 사업이다보니 마케팅, TV중계료, 각종 스폰서십에 무게를 두지만 봉사와 지역사회활동은 구단의 사회적인 책임이다. 그런 철학을 반영하듯 실제로 각 구단마다 지역사회관리팀이 풀타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운영팀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메츠같은 경우 3명의 직원이 보이지 않게 많은 사회활동과 각종 이벤트를 매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008년에만 250만 달러(30억원)를 지역의 여러 사회단체에 성금으로 기부했다. 각 단체에 약 1억원씩 전달된 이 성금은 청소년, 교육, 장애자 관련단체를 중심으로 쓰여진다. 97년에 창단된 신생구단이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애리조나 지역 봉사단체에 전달된 액수만 약 1500만 달러 정도 된다. 물론 이런 활동은 상대적으로 미디어로부터 관심을 덜 받긴 하지만….

메츠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할 당시 매주 금요일 구장에서 가까운 초등학교를 찾아 도서관에서 학생들과 한시간씩 독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선수가 아닌 직원이 가서 뭘하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메츠구단에서 누가 나왔다는 자체를 좋아했다. 그들과 약 3개월 동안 책한권을 뗀 후 참가한 모든 학생들을 구장에 초대해 선수들도 만나고 클럽하우스와 구장시설을 구경시켜줬다. 구단고위층의 방침에 따라 참여한 사회활동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나름 뜻깊은 시간이었다.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최악의 팀성적에도 애리조나는 올시즌 총 관중수 140만명을 넘겼다. 그런 밑바탕에는 보이지않는 사회활동과 지역사회와의 끈끈한 교감이 있다.

서재응과의 만남을 뒤로 한뒤 몇주 후 A군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서재응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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