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 투수 분업시대, 마당쇠가 뜬다

  • 입력 2009년 7월 7일 08시 24분


찬호,그리고 홀드의 황제들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난 이후 등판 간격과 역할이 분명치 않았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박찬호(36)가 최근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되찾으며 승리계투조의 일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로 인해 주목받는 기록이 바로 ‘홀드’다.

홀드라는 기록은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공식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불펜 분업화가 확실하고 선발투수에서 마무리 투수로 연결해 주는 계투요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훌륭한 잣대가 되고 있다.

계투요원 능력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찬호도 홀드로 코칭스태프 신뢰 회복-투구수 불확실·항시대기 고난의 보직

현대 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있어서 튼튼한 불펜은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또 제 아무리 좋은 선발투수와 마무리가 있다고 해도 이들의 연결고리 역할인 셋업맨들이 부실하다면 선발투수는 더 많은 이닝을, 마무리 역시 멀티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서 임무를 마친 투수에게는 설사 이후 팀이 역전패했더라도 홀드를 부여하고 있다.

최초로 홀드란 단어가 사용된 것은 1986년 존 듀이와 마이크 오도넬이 ‘USA 투데이’에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홀드 규정은 현재보다 더 엄격해서 구원투수로 등판해서 최소한 1이닝 이상을 던져야 했고, 비자책점 포함 어떤 실점도 있어서는 안됐다. 물론 승, 패, 세이브를 받은 투수는 동시에 홀드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규정은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상황이 ‘이 투수가 9회까지 마친다’는 것을 가정해 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고, 원아웃 이상을 잡아내며, 교체될 당시까지 리드를 지켰다면 홀드를 받을 수 있다. 언뜻 보면 진 팀에서도 나올 수 있는 기록이라 손쉽게 쌓을 수 있는 기록 같지만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인 63세이브를 기록했고 한 시즌 5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11명에 달했다. 홀드의 경우는 지난 2004년 양키스의 톰 고든과 2006년 샌디에이고의 스콧 라인브링크가 기록한 36홀드가 한 시즌 최고기록으로 남아있다.

또한 통산 홀드 기록 보유자도 아무래도 불펜 분업화가 대세인 요즘의 투수들이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좌우 셋업맨을 모두 갖춘 팀들이 많다보니 좌우 투수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특징도 있다. 통산 홀드 성적에 통산 방어율을 감안한 장기간 꾸준한 활약을 보인 현역 ‘홀드의 달인’은 다음의 4명으로 압축된다.

우투수로는 LA 에인절스의 스콧 실즈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스콧 라인브링크, 좌투수는 신시내티 레즈의 아서 로즈와 필라델피아의 스콧 에어를 꼽을 수 있다.

19년차 아서 로즈 통산 179홀드 1위-실즈·라인브링크·에어도 특급 반열에-계투요원 연봉 500만달러 시대 ‘활짝’

먼저 아서 로즈는 통산 179홀드로 역대 1위에 올라있다. 마무리 투수 못지 않은 9이닝당 9.46개의 탈삼진율을 자랑한다. 19년차의 베테랑으로 39세의 나이지만 아직도 95마일의 강속구로 6일 현재 올 시즌 1.88의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고무팔’이란 별명의 스콧 실즈도 154홀드를 기록했으며 9년간의 평균 방어율이 3.03에 불과하다. 그 동안 너무 혹사를 당했는지 올해는 6.62로 데뷔 이후 가장 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가장 안 좋았던 평균 방어율이 3.86이었을 정도로 꾸준함을 보여줬다.

141홀드를 기록하며 통산 5위에 올라 있는 스콧 라인브링크도 꾸준함의 상징과 같은 선수이다. 데뷔 10년차로 그 역시 95마일의 강속구와 다양한 구질을 과시하며 화이트삭스의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스콧 에어도 2005년 한 시즌 32홀드를 기록할 정도로 좌완 셋업맨의 대명사로 인정받고 있다. 전성기의 로즈와 같이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진 않지만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일품이다. 또한 통산 137홀드를 쌓아놓고 있다.

이렇게 장기간 인정받는 ‘홀드의 달인’을 꼽은 이유는 거의 1이닝 투구로 보호받는 마무리 투수와는 다르게 이들은 상황에 따라 1이닝 이상의 투구를 하는 경우가 많고, 등판횟수 또한 적지 않아 아무래도 부상 등의 위험에 더욱 노출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무리 투수가 부상이나 부진에 빠졌을 때 바로 대체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막중한 역할을 받은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동안 마무리 투수들조차 명예의 전당 헌액에 불이익을 당해왔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는 현대야구의 특징에 맞게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 셋업맨들의 역할과 평가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특급 마무리 투수의 연봉이 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면에서 홀대를 받던 특급 계투 요원도 400-500만 달러를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늘 마당쇠 취급을 받던 중간계투 요원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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