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호준이는 내덕에 타자로 출세”

  • 입력 2009년 7월 1일 08시 24분


고교시절 가출했던 재현, 호준이 숨겨줘

SK 이호준의 ‘절친’은 팀 동료 김재현(사진)이다. 둘의 성격은 극과 극이다. 오히려 그래서 친해졌고, 서로의 성격을 부러워한다.

친해진 계기는 이호준이 광주일고, 김재현이 신일고에 다닐 때. 어떤 일로 신일고 야구부원이 집단 도망을 쳤는데 김재현도 포함돼 있었다. 광주로 온 김재현은 이호준에게 의탁했고, 당시 광주의 아는 형들(?)을 통해 이호준이 당구장에 취직시켜줬다. 8명이 왔는데 전원 이호준이 알선해줬다. 그러나 정보를 입수한 김재현 부모님이 이호준의 집을 찾아왔고, 8명의 거처를 다 실토했다. 당구대 위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던 김재현은 이호준의 ‘밀고’로 잡혀갔다.

인연은 나란히 고교 졸업 후 연세대 진학이 예정돼 깊어졌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연세대가 아닌 프로로 갔지만.

또 하나의 운명적 조우는 이호준의 투수로서 프로 마지막 상대타자가 김재현이란 사실. 잠실 LG전으로 이호준의 투수 인생 마지막 공을 김재현은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잠실구장 외야석 상단 벽에 맞은 초대형 홈런이었다. 김재현의 1994년 고졸 신인 사상 첫 20홈런-20도루를 완성시키는 홈런이기도 했다.

이호준은 “당시 난리가 났다. 꽃가루를 뿌려댄 통에 5분은 경기가 지연됐다. 홈런 직후 바로 교체됐고, 화가 난 김응룡 감독이 경기 중에 ‘2군에 가라’고 보내버려서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야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정작 재현이는 ‘내 덕분에 네가 투수 그만하고 타자가 돼서 출세한 것 아니냐’고 받아 친다”며 웃었다. 이후 두 타자는 SK에서 나란히 FA 잔류를 결정, 영원한 아군으로서 우애를 쌓아가고 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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