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포스트게임] 美 학원스포츠도 공부가 우선

  • 입력 2009년 6월 2일 08시 38분


NFL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1982년부터 1991년까지 10년 동안 4차례 슈퍼볼에 진출해 3번 우승한 명문구단이다. 요즘은 옛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당시 워싱턴의 전성기를 이룬 멤버 가운데 뛰어난 수비수였던 덱스터 맨리라는 선수가 있었다.

휴스턴의 한 고교를 졸업한 뒤 전액 장학금과 승용차를 제공받고 오클라호마 스테이트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 명문 워싱턴 레드스킨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의 학업 수준은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했다. NFL에서 은퇴한 뒤 코카인 소지와 흡연으로 뻔질나게 교도소를 출입했다.

1986년 보스턴 셀틱스는 전체 드래프트 2번으로 메릴랜드 대학 3년을 마친 포워드 렌 바이어스를 지명했다. 현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팀 던컨 급의 기량을 갖춘 선수였다. 그러나 지명된 뒤 48시간도 안돼 바이어스는 보스턴의 친구 집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파티를 하면서 약물과다복용으로 숨진 것이다. 사망 후 NCAA(전미대학체육협의회)의 갖가지 조사 결과 메릴랜드 대학은 바이어스의 학점이 모자랐는데도 이를 인정했고, 경기 출전도 허용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최근 NCAA는 2008년 ‘파이널 포(Final Four)’에 진출한 멤피스 대학을 조사중이다. 멤피스 대학에 진학, 농구팀에 소속된 한 학생이 고등학교 성적을 속이고, SAT(일종의 대학입학평가시험) 테스트를 대리인이 봐준 정황이 NCAA에 포착됐다. NCAA는 학생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해 드래프트 1번으로 NBA 시카고 불스에 입단한 데릭 로즈라는 게 거의 확실하다. 로즈는 프로로 떠났지만 대학은 조사를 받고 있다.

미 대학의 운동선수를 ‘스튜던트 어슬레틱’이라고 부른다. 즉 학생운동선수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다는 의미다. 미 대학의 운동선수들은 공부가 우선인 게 틀림없다. 학점을 받지 못하면 게임에 출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학업과 운동 병행도 풋볼, 농구처럼 인기높은 종목은 종종 룰을 피하는 사례가 밝혀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풋볼과 농구는 대학에 돈벌이가 되는 종목이다. 위에서 언급한 3명의 선수는 실제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프로팀들이 어서오라며 돈방석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들이 공부까지 열심히 할 리가 없다. 학교는 형식적으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도 운동선수들의 학업 병행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취지는 좋다. 운동에 매진하면서 학업도 하게 되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엘리트 스포츠가 뒷걸음칠 수 있다.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한데는 엘리트 스포츠가 밑거름이었다.

공부에 매달려 고시준비중인 학생에게 야구공을 던지라고 하면 제대로 던질 수 없듯이 운동을 최고의 목표로 뒀던 학생들에게 학업병행은 너무 무거운 짐이다. 중고등학교부터 제도적인 뒷받침과 기본적인 학업을 따로 할 수 있도록 배려돼야 한다.

미국에는 튜터(가정교사)제도가 있다. 운동선수들을 위해서 모자라는 학업을 이들이 도와준다. 튜터는 학생도 있고, 교사도 있다. 누구는 공부가 쉽다고 했지만 담을 쌓고 운동에 전념했던 선수들에게는 쉬운 게 아니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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