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인프라 개선해 ‘야구의 참 맛’ 즐기자

  • 입력 2009년 3월 31일 07시 56분


WBC 준우승의 환희도 잠깐, 프로야구는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즌이 개막되면 모든 구단은 경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WBC 준우승 이후 논의되었던 야구 인프라구축 등의 논의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한 여름밤의 꿈’으로 끝나고 말 것 같은 예감이다. 동아시아 야구 강국 중에,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열악하다. 대만만 하더라도 타이베이 시내 강변에 야구장과 소프트볼 구장이 널려있다.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이 끝난 다음날, 출장 중 아침 산책 차 들른 타이베이 대학 잔디밭에는 20여개 클럽 소프트볼 팀이 동시에 훈련 중이었다. 메인 구장에서는 주말리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특히 1루를 보고 있던 ‘외팔이 선수’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일본에서 야구가 ‘종교’라면, 대만은 야구가 ‘생활’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만은 이제 우리의 적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변을 생각할 때 향후에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비록 WBC에서 중국에게 마저도 패함으로써 몰락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대만은 다크호스다. 양키스의 에이스 왕젠민과 LA 다저스 궈홍즈의 불참 그리고 대만프로야구팀들의 비협조로 최약체 팀을 구성했기에 이번 WBC에서 무기력했을 뿐이지 저력은 남아있다. WBC가 단기전 승부인 관계로 전략적인 요소가 중요시되는 것은 사실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야구저변이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이 WBC에서 준우승했기 때문에 시혜적인 측면에서 정부가 나서 야구 인프라를 구축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야구는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나름대로 ‘파생문화’를 만들면서 팬들의 마음속에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지 그 역사와 문화적 가치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여 ‘야구의 참 가치’를 체험하고 공유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돔 구장도 좋고, 지방구장 개선도 시급하지만 결국에는 ‘동네’에서 할 수 있어야 야구의 진정한 가치를 체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야구에는 인생이 있고, 드라마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으며, 팀 스포츠이자 자기와의 싸움이 가능한 개인적인 요소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조금 위험하기에 어린이와 청소년은 연식 공으로, 40대 이후에는 소프트볼로 전환하여 평생을 즐길 수도 있는 스포츠다. 미국의 시니어 소프트볼 클럽의 경기를 보면 장애인도 적지 않다. 한손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목발 짚고 1루로 달려가는 모습 속에는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학교운동장도 인조잔디로 개편되고 있는 실정이다. KBO 총재도 바뀌고 했으니 이번 기회에 학교운동장에 이동식 백네트라도 공급하여 지역주민이나 어린학생들이 야구의 참 가치를 직접체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KBO라도 직접 뛰고 나서자. 야구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스포츠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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