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 건설, 하늘이 준 기회…정부가 나서라”

  • 입력 2009년 3월 24일 08시 15분


한국야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언

“돔구장 짓는데 7000-8000억원이 들잖아요? 지금은 이 금액이 큰 액수가 아니에요.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부양책을 쓰잖아요. 명분만 있으면 얼마든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요. 이럴 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잘해야 해요. 정부의 혜량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형성하고 실행 플랜을 짜서 정부가 투자를 하게끔 이끌어야 돼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취재 기간 도쿄에서 만난 스포츠동아 허구연 해설위원은 지금이 한국야구의 숙원인 돔구장을 건립할 수 있는 ‘하늘이 내린 기회’라 역설했다.

KBO 유영구 신임 총재 역시 “서명운동을 해서라도 여론을 띄우겠다”는 발언을 했다.

2006년 WBC 4강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자신의 업적인 양 내세웠을 뿐 정작 인프라 개선에 관해선 ‘직무유기’ 처신으로 일관한 전임 신상우-하일성 콤비와는 일견 다른 행보다.

낙후된 지방구장의 업그레이드는 더 시급하다. 90년대 이후 건립된 야구장은 2002년 인천 문학구장이 유일하다. 광주구장은 1965년, 대구구장은 1981년, 대전구장은 1964년 개장됐다. 그나마 낫다는 잠실과 사직, 목동도 각각 1982, 1985, 1989년 건설됐다.

2002년 월드컵을 기회로 잡아 2001-2002년 10개의 스타디움을 확보한 축구와 대비된다. 심지어 야구 인프라만 따지면 한국은 대만보다도 아래다.

낙하산 총재가 주류를 이뤘던 KBO의 사명감과 기획력 부재, 한국시리즈나 올림픽, WBC같은 빅 이벤트에서만 카메라를 의식해 생색내는 정치인과 지자체, 괜히 일 벌여서 책임질 일 뭐있냐는 일부 관료들의 복지부동이 빚어낸 실태다.

이들은 한국야구가 도쿄돔, 펫코파크, 다저스타디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목도한 뒤 ‘무임승차’를 또 꾀할지 모른다.

한국선수들이 야구장이 좋을수록 왜 더 잘하는지, 이런 국가적 경사를 항상 선수는 적지에서, 국민은 TV로만 지켜봐야 되는지는 외면하고 말이다.

‘돔구장은 야구 전용’이란 인식도 문제다. 도쿄돔만 따져도 프로야구 외에 격투기 같은 스포츠이벤트, 콘서트, 국제회의, 전시회가 개최된다.

호텔과 연계해 건설될 수 있고, 관광 수입도 얻을 수 있다. 대만은 타이베이 빅돔을 추진, 기존의 타이베이101 빌딩과 더불어 국가의 랜드마크로 삼는다는 야심찬 비전을 준비 중이다.

이 불황 속에서 민자유치나 지자체 예산 운운은 안 짓겠단 소리와 같다. 서울시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나설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재임기인 2003년 서울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공약한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 그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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