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융의 WBC리포트] ML 넘은 사무라이…소원성취

  • 입력 2009년 3월 24일 08시 03분


결승전은 한국 ‘퓨전’ vs 일본 ‘연결’의 대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일본-미국전을 보고 나서 고(故) 쇼리키 마쓰다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초대 구단주의 소원이 떠올랐다.

“일본야구는 반드시 미국 메이저리그를 따라잡고, 능가해야 한다”던 쇼리키의 소원이 75년 만에 비로소 이뤄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쇼리키의 유지는 곧 일본야구의 사명이었다.

일본의 9-4 승리는 일본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이 한 경기를 이겼다고 일본이 메이저리그를 넘어섰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의미적으론 한국야구가 일본을 꺾었을 때 느꼈던 감격을 지금 일본이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국과 언제든 대등하게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75년 전 일·미대항전 이래 일본의 모든 야구선수와 지도자들의 과제였다.

그러나 이날 승리는 WBC V2로 가는 과정이다. 한국과의 결승전이 남았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하라 감독이 과연 미국전에서 7명이나 포진, 7안타를 합작한 좌타선을 한국좌완 봉중근 상대로도 그대로 낼 수 있느냐는 대목이다.

일본은 실점 뒤 빠른 타이밍에 역전을 시켰고, 미국은 데릭 지터를 포함해 내, 외야의 에러가 겹쳐 패배를 자초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처럼 수비 실수를 할 팀이 아니기에 선취점과 초반 흐름이 아주 중요하다.

한일전은 장타력을 겸비한 한국의 ‘퓨전야구’와 스몰볼에 기반한 일본의 ‘연결야구’의 대결이다.

일본이 미국전에서 9회 마무리를 후지카와가 아니라 굳이 다르빗슈에게 시킨 것은 그만큼 깔끔하게 이겨놓고, 한국과 대결하고 싶은 하라의 의도로 볼 수 있다.

어쨌든 한국과 일본이 WBC 결승에서 붙게 됐는데 그 요인으론 대회 개최시기가 빅리거들이 몸이 덜 만들어진 3월이란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남미는 올림픽과는 비교도 안 될 빅리그 올스타를 뽑아놓고도 패퇴했다.

이제 그들은 ‘한국과 일본이 제법 강하네’라고 놀라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은 원래 강했다’는 현실로서 이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도쿄 | 스포츠동아 일본통신원

정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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