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잔디에 발목잡힌 수비…구멍 숭숭

  • 입력 2009년 3월 14일 07시 57분


“미국 잔디에 빨리 적응해야할 텐데….”

대표팀의 가장 큰 불안요소로는 수비와 주루플레이 미숙이 꼽히고 있다. 팽팽한 접전일 때 작은 실수 하나에 승부가 넘어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유격수 박기혁(사진)이 평가전에서 불안한 수비를 펼쳐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박기혁은 1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전에서 2회 평범한 땅볼을 잡아 1루 송구 실책을 범한 데 이어 13일 다저스전에서는 타구처리 미숙으로 4회와 8회 2차례나 실책을 기록했다. 2번 모두 실점과 연결되면서 이날 2-4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평소 한번 선택한 선수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신뢰하는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이같은 지적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았다. 박기혁 역시 시차적응 문제로 정상적인 컨디션과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오히려 이보다 그라운드 적응문제를 큰 과제로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잔디는 한국 구장이나 일본의 도쿄돔 인조잔디와 크게 달라서 야수들이 수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내 구장에도 잠실, 문학, 사직은 천연잔디가 깔려있지만 미국의 천연잔디와는 질이 다르다. 잔디가 다르면 타구의 질도 달라진다. 한국 그라운드에 거친 잔디가 깔려있다면 미국 잔디는 고르고 얇고 푹신하다. 평소 한국 구장이나 인조잔디에서 타구를 처리하는 것이 눈과 몸에 완전히 익은 선수들이 이를 짧은 시간 내에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견해다.

또 현재 대표팀 주전야수들 중 제1회 WBC에서 미국 구장을 경험한 선수가 거의 없다. 야수 중에서도 내야수가 그라운드에 더 민감한데 키스톤 콤비를 이뤄야할 박기혁과 정근우, 고영민은 미국 잔디에서 거의 경기를 치러보지 못했다. 구장환경 자체에 대한 생소함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와는 분위기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표팀 야수들이 낯선 미국 구장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김 감독은 근심을 거둘 수 없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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