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바로 나” 2루수 삼국지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야구 결승전.

대표팀은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그림 같은 더블플레이를 성공시키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진 더블플레이. 만약 2루수 고영민(25·두산)이 공을 떨어뜨리거나 재빠르게 1루로 던지지 못했다면? 최소 동점은 됐을 것이고 어쩌면 전승 우승의 영광은 없었을지 모른다.

2루수를 거치지 않는 더블 플레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어떤 포지션보다 빠르고 정확한 수비 능력이 요구된다. 도루 저지도 2루수의 몫이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포지션이다. 순발력과 센스를 갖춰야 한다. 뚱뚱해도 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인 야구에서 유독 2루수들은 날씬한 선수 일색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2루수는 정근우(27·SK), 고영민, 조성환(33·롯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차례로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 시즌은 이들이 진정한 지존을 가리는 해이다.

세 명 모두 빠른 발과 수비 능력을 갖췄다. 공격에서 득점 기회를 만드는 테이블 세터인 점도 닮았다.

정근우는 이들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은 안타(154개)와 도루(40개)를 기록했다. 지능적이고 재치 있는 플레이가 특기다. 약점은 기복이 있다는 것.

김용희 SBS 해설위원은 “정근우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공을 못 맞힌다”고 지적했다.

고영민은 뛰어난 수비 능력을 자랑한다. 수비 범위가 넓어 ‘2익수(2루수+우익수)’라 불린다. 송구 능력, 연결 동작도 완벽하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타자 중 가장 많은 삼진(109개)을 당했다. 올 시즌 김현수(21)가 붙박이 3번으로 활약할 경우 고영민은 2번이 유력하다. 장타 욕심을 버리고 진루타를 날리는 게 그의 과제다.

조성환은 지난해 타율 0.327에 10홈런 81타점으로 1999년 프로 입단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공격과 수비 모두 모자람이 없었다. 주장 역할도 훌륭히 소화했다.

‘지난해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극복하는 게 올 시즌 관건이다.

세 명이 벌이는 최고 2루수 경쟁은 올 시즌 프로야구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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