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클럽] 야구협회장 선출, 사심은 사라져야

  • 입력 2009년 1월 28일 08시 10분


침묵은 금이기도 하지만 비굴로 포장될 때도 있다. 어떤 분야건 침묵을 해야할 때 계산속에 요란스레 떠드는 경우가 있고 침묵으로 일관하다 결과가 나온 후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인물이 있게 마련이다. 관심을 끌었던 축구협회장 선거가 끝났다.

선수 출신인 조중연 회장의 당선축하와 깨끗이 승복한 후 축구발전을 위해 계속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다는 허승표 후보의 상큼한 발언은 신선했다. 솔직히 축구계의 속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평소 축구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축구계가 부러울 때가 많다.

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만 하더라도 야구행정을 배워야겠다며 벤치마킹을 열심히 했고, 왜 스포츠지는 야구기사만 1면에 싣느냐고 불평했던 시절을 감안하면 이제 야구계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뛰어난 인프라 구축 실현, 월드컵 유치 등을 통해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축구계의 위상은 수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주었다.

다른 경기단체와 달리 이번 경선은 패자의 깨끗한 승복으로 정치계의 혼란스러운 추태와 비교되면서 그래도 스포츠계에서 아직 페어플레이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CEO형 회장이 되겠다는 신임회장의 포부가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축구계에 비하면 야구계는 살림규모도 작고, 프로와 아마의 수장이 따로 되면서 겉돈지 오래 되었다. 그리고 29일 대한야구 협회장을 선출한다.

아마의 수장 선출을 앞두고 야구인들 특히 투표권을 쥔 대의원들이 명심해야할 사항이 있다. 바로 위기에 빠져있는 아마야구를 소생시키기 위해 누가 최적의 인물인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사적인 이해관계로 대의가 상실된 투표권을 행사하면 아마야구계의 고통과 신음은 더 오래갈지 모른다. 그 고통과 신음은 고스란히 후배들과 어린 선수들이 물려받게 된다.

요즘 야구행정을 보면 김종락 전회장(9대,12대 1966-1980, 1989-1992)을 비롯해 야구중흥을 위해 애쓰신 선배들이 생각날 때가 많다. 현명하고 열정적이며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했던 분들이 많았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즉 정통 야구인들 중 지식·지혜·인격을 두루 갖춘 선배들이 예전엔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의 아마야구계는 실망을 준 경우가 더 많았다. 아직도 야구계가 후회하고 있는 정몽윤 전회장(15대 1997-2000)은 야구계에 꼭 필요한 인사가 실망을 느끼고 떠난 경우다. 만약 정회장이 협회장으로 몇 년 더 희생과 봉사를 했더라면 아마야구계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29일 야구협회 대의원 총회에서 반성없는 실수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아마야구계의 미래는 반성 속에 스스로 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 사심으로 가득 찬 지지발언이나 비겁한 침묵이 없는 가운데 페어플레이속에 유능한 회장의 선출을 기대해 본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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