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 뛰는 놈 위에 참는 놈 있다 ‘이순신 타법’ 울고웃는 KS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7시 58분


발이 아니라 눈이다. 2008년 한국 프로야구의 트렌드는 발야구다. SK 김성근 감독은 “일본에 보여주고 싶은 야구”라 했고, 두산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한국적 야구를 완성했다. 롯데의 약진도 로이스터 감독의 스피드야구 접목이 성과를 얻어서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대세는 발이 아니라 눈이다. 더 빠른 팀이 아니라 더 참는 팀이 이기고 있다.

○ 죽거나 혹은 참거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이었던 SK 김광현은 “설마 두산이 그럴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두산 타자들이 1회초 초구부터 13구까지 단 1개의 공에도 방망이가 나가지 않아 의표를 찔렸다는 얘기였다. 김광현은 5.2이닝 강판 때까지 110구를 던졌고, 안타(5개)보다 볼넷(6개)이 더 많았다.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에 김광현-박경완 배터리가 곧바로 적응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제풀에 무너져서 억울해서인지 김광현은 “1차전은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이순신 타법’으로 나올 줄 알았다면 전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건데”란 말로 아쉬움을 곱씹었다. SK에선 “체력 소모가 극심해서인지 두산 선수들의 몸놀림이 정규시즌만 못하다”란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의욕만 넘친 SK는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가 자멸했고, 주루사까지 남발됐다. 투수의 견제모션에 속아 거듭 런다운에 걸렸는데 “머리보다 발이 먼저 나가서 죽었다”고 실수를 자책했다.

○ 발상, 역발상 끝 모를 수싸움

SK는 3차전 두산 선발 이혜천을 겨냥해 두 가지 공격 패턴을 준비했다. 기복이 극심한 투수인 만큼 초반 제구력이 잡히면 공격 템포를 빨리 잡고, 아니면 무조건 기다리라는 지령이었다. 그러나 이혜천-채상병 배터리는 SK의 작전을 역이용이라도 하듯, 1회부터 공격적 피칭을 구사했다. 3회 나주환-김강민 상대론 볼 카운트 2-0을 잡아놓고 유인구가 아니라 승부구를 던져 3구 삼진을 잡아냈다. 이에 SK 역시 4회부터 대응 방식을 바꿔 기다림이 아니라 쳐서 깨부수는 패턴으로 선회했고, 이진영-이재원의 연속안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올 포스트시즌의 최대 수혜구단으론 삼성이 꼽힌다.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준 배경엔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이 자리했다. 그러나 기약 없는 기다림은 모험이다. 인내와 정면승부 사이의 갈등에서 방황하는 한국시리즈 양상이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관련기사]두산 정재훈의 새출발

[관련기사]IF, ‘최정 5번 전진배치’ 없었다면

[관련기사]‘점잖은 재현씨’가 까칠해진다면…

[관련기사]KS무대에 ‘베테랑 안경현’ 대신 미트만

[화보]KS 3차전 SK 두산에 1점차 승…‘이 기세 몰아가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