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투 남발…‘투수의 변신’은 무죄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8시 35분


‘가을잔치’는 투구패턴과 집중력의 싸움

팬들에게 포스트시즌 야구는 ‘가을 잔치’다. 그러나 현장의 주인공인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전쟁’이 따로 없다. 정규시즌과는 다르게 공 하나, 수비 플레이 하나에 따라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결과에 대한 중압감 역시 상상을 초월해 포스트시즌 게임을 치르고 나면 감독이건, 선수건 ‘파김치’가 된다.

포스트시즌 승부는 그만큼 힘들다. 그렇다면 포스트시즌 마운드 또는 타석에 홀로 서는 선수들은 승부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결할까. 패턴과 집중력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 몰라서 지는 게 아니다!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3할을 친다’는 삼성 양준혁(39). 프로 경력 16년째의 백전노장이지만 그 역시 피말리는 포스트시즌 승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그는 롯데 선발 손민한의 볼 배합을 나름대로 예측한 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다. 이어 “1차전 선발 송승준은 정규시즌이랑 똑같은 패턴으로 승부를 걸어와 우리 타자들이 쉽게 쳐낼 수 있었다. 롯데는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오는 거라 (선수들이 긴장할까봐 정규시즌과) 똑같이 한다더니…”라고 덧붙였다.

양준혁은 또 “사실 롯데 투수들이 내 약점을 모르겠느냐. 다 안다. 마찬가지로 나도 롯데 투수들을 다 상대해봤다. 손민한이 올해 우리 팀을 상대로 어떤 패턴으로 던졌고, 결정구는 무엇이었는지 데이터도 충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패턴 변화(투수) VS 집중력(타자)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이나 투수가 구사하는 구종과 구위는 기본적으로 똑같다. 포스트시즌에 맞춰 새로운 구종을 던지는 투수는 거의 없다. 또 포스트시즌에 유독 구속이 배가돼 갑자기 빨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면 정규시즌 일정한 패턴을 보였던 볼 배합에 변화를 줘 타자를 혼란시킨다. 정규시즌에는 직구로 볼카운트를 조절하고, 커브를 결정구로 삼았다가 포스트시즌에는 구종이 아니라 코너워크에 집중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끈 뒤 몸쪽 직구로 승부를 거는 패턴도 하나의 예다.

이같은 패턴 변화를 얼마나 빨리 간파해내느냐, 당연히 집중력 있는 타자가 유리하다. 투수가 어떤 식으로 승부를 걸어올지 예측하면서 자신이 노리는 구종을 던지게끔 유도하거나, 상대의 전략을 꿰뚫고 역으로 볼카운트 조절용 볼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날 양준혁은 몸쪽 직구와 슬라이더를 손민한의 결정구로 예상했다. 2회초 2사 1·2루서 삼성 조동찬은 볼카운트 2-0의 절대 불리한 처지에서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중전적시타를 날렸고, 채태인은 4회초 2사 후 풀카운트에서 역시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월솔로홈런을 빼앗았다. 양준혁의 예측대로였다.

사직= 정재우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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