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포스트게임] 야구 아는 단장을 기다리며…

  • 입력 2008년 10월 7일 09시 01분


국내 스포츠에 진정한 프로페셔널 팀은 없다. 프로 간판을 단 어떤 종목(팀 스포츠)도 흑자가 나는 팀이 없다. 자본주의에서 흑자가 나지 않는 구조는 자연히 도태가 돼야 한다. 그러나 명색이 프로 스포츠 팀이지만 적자구조이면서 버틴다. 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운영도 프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식 운영이다.

프로 구단, 특히 야구단에서 단장(제네럴 매니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야구는 ‘단장의 게임’이다. 메이저리그는 단장의 활약에 따라 팀이 변한다.

국내는 메이저리그 방식과는 거리가 있어 단장의 역할이 크지 않다.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크게 없다. 국내는 사장이 단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책임을 질 때는 사장보다 단장이 먼저 희생양이 된다. 단장이 현장과 가깝고 미디어에 더 노출되는 탓이다.

국내 야구에서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사장을 시즌 도중에 해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단장은 중도에 해고된다. 예우 측면인지 사장은 기업의 정기인사 때 해고, 혹은 전보발령으로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야구단이 기업식 운영을 하다보니 ‘야구를 몰라도’ 단장을 할 수 있는 게 한국 프로 팀이다. 최근 LG 트윈스가 김연중 단장을 해고하고 신임 이영환 단장을 임명했다. 그런데 이영환 단장의 기자회견 일성을 보면서 1980년대, 1990년대에 사장들이 취임할 때 듣던 소감과 너무나 흡사해 아연실색했다.

“야구는 모르지만 근성 있는 팀으로 만들겠습니다.”

프로야구 출범이 30년 가까이 되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의 프로야구 팀에 야구를 모르는데도 단장에 취임할 수 있다니. LG 구단 스스로 ‘우리는 프로 팀이 아닙니다’라고 공표하는 것과 다름없다. 겸손의 수사로 간단히 치부할 수가 없다.

기업에서 오랫동안 임원 생활을 했던 분들이 스포츠단 수장으로 오는 경우 대부분이 정신력을 강조한다. 왜? 스포츠를 모르니까. 정신력, 근성, 훈련, 가장 입에 올리기 좋은 단어들이다. 또 사장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숨이 턱에 차며 죽기살기로 훈련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사장이 구장을 방문하면 코치들은 평소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정신력, 근성은 계량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신력으로 126경기의 페넌트레이스를 치를 수가 없다. 실력이 모자라는 팀이 근성으로 똘똘 뭉쳐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는 없다. 정신력은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에서 필요한 것이다. 손가락 골절을 당했지만 한국시리즈 7차전에는 꼭 뛰겠다고 하는 게 정신력이다.

국내 프로 스포츠가 한단계 업그레드되기 위해서는 구단도 전문가 중심이 돼야 한다. 단장도 감독처럼 외부에서 계약제로 스카우트하는 시대가 와야 된다. 실제 스포츠에서 단장의 역할이 감독보다 위다.

그동안 LG 프런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야구를 아는 전문가 부재였다. 야구단에 오래 근무했다고 야구를 아는 것은 아니다. 야구단의 재정파트에서 20년 일 한 사람이 야구를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체 야구를 파악할 수 있는 부서 근무와 개인의 야구 정열이 합해져야 한다.

전문가가 가장 필요한 직책이 야구단 단장이지만 국내 프로 스포츠단에서는 이를 무시한다. 언제쯤 사장과 단장이 “야구로 잔뼈가 굵었습니다. 팀을 3년 안에 경쟁력 있는 팀으로 만들겠습니다”라는 취임의 변을 내놓을까.

문상열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 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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