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영어 의무화 ‘없던일로’

  • 입력 2008년 9월 8일 09시 16분


‘국가별 쿼터제’ 시행할 수도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어사용 의무화’ 방침을 철회하고 한발 물러섰다.

LPGA 투어 커미셔너인 캐롤린 바이븐스는 5일 “협회가 정한 영어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선수에게 출전을 정지시키겠다는 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수정된 정책을 올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LPGA는 2주 전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한국선수들에게 “투어에서 영어사용을 의무화하겠다. 내년 연말께 영어 구술평가를 실시해 통과하지 못한 선수는 2년간 출장을 정지시키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별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궁지에 몰렸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LPGA 선수뿐만 아니라 최경주,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 PGA 선수들도 LPGA의 영어사용 의무화 정책을 비난했고,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LPGA의 나쁜 아이디어’, ‘인종 차별 정책’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특히 LPGA에 등록된 26개국 121명의 외국 선수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45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의 정치인들도 LPGA의 이번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반발이 확산돼 왔다.

대회를 후원하는 스폰서의 비판은 LPGA가 백기를 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상황이 돌변하자 LPGA 투어는 급기야 한발 물러나 새로운 정책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븐스는 이날 성명에서 “영어 사용 의무화와 관련된 벌칙 규정을 무효화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발표에 대해 여러 분야에서 소중한 의견을 들었다. 선수들을 위해 비즈니스 기회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결국 2주만에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상황은 쉽게 종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 LPGA의 정확한 속내를 아직 파악하지 못해서다.

LPGA의 ‘영어사용 의무화 및 구술평가’ 정책은 승승장구하던 한국선수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듯 보였다. 특히 박세리, 김미현에 이어 10년 만에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는 한국선수들에게 부담스러운 규제조치였다.

다행히 LPGA가 한 발 물러서면서 한국 선수들의 LPGA행은 더욱 가속도를 낼 전망이지만 국가별 쿼터제를 들고 나올 경우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만일 이번 조치가 정말로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것이라면 올림픽에서처럼 국가별 쿼터제를 제안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대응책은 쉽지 않다.

우리 선수들이 더욱 현지화에 힘을 쓰고 대한민국 스폰서가 많이 LPGA에 들어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고의 방법으로 보인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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